작가 이상희씨 “조상 값진 삶 韓日우정 보탬되길”

  • 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37분


“조상의 값진 삶이 한국과 일본의 우정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극단이 함께 마련한 뮤지컬 ‘현해탄에 핀 매화’가 양국에서 이달 말까지 공연된다.

이 작품의 원작인 ‘파신(波臣)의 눈물’을 97년 펴낸 이상희(李相熙·70·대구대 재단이사장) 전 내무부장관은 “10여년 전 한 일본인에게서 ‘합천 이씨라면 이진영을 잘 알겠군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웠다”며 “4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책으로 펴내고 창극으로 조명해 죄송스러우면서도 기쁘다”고 말했다.

‘파신의 눈물’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郭再祐)를 따라 진주성 전투에 참여했다가 포로로 일본에 끌려간 유학자 이진영(李眞榮·당시 22세)과 아들 이매계(李梅溪)의 일대기.

“95년에서야 합천 이씨 종친회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해 이진영 부자의 삶을 하나하나 추적했어요. 오사카(大阪) 남쪽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선생은 조선의 성리학을 뿌리내렸습니다. 당시 미개했던 일본사회를 개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그곳 사찰인 가이센사(海善寺)에 있는 이진영 부자의 묘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요. 당시 일본의 실력자인 도쿠가와(德川) 막부의 정치와 교육의 중심에 이진영 부자가 자리잡았을 정도였어요. 이 때문에 와카야마현 전체가 아주 한국적인 분위기입니다.”

이진영은 일본에서 결혼했지만 조선을 잊지 못해 눈물로 세월을 보내자 일본인 아내가 조선으로 돌아가라며 배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배를 타고 조선으로 오던 중 눈물을 흘리며 배웅하던 아내를 보고 배를 돌려 아내와 일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파신(波臣)은 이매계가 자신은 ‘조선의 신하’라며 부른 명칭입니다. 그는 38세 되던 1655년 효종 때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에게 고국에 돌아가면 물결치는 일본의 한 구석에 조선의 신하가 살고 있노라고 알려줄 것을 애원했던 것이지요.”

한국전통예술보존회와 주일한국문화원,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현해탄에 핀 매화’는 한일 명창과 배우 60여명이 출연한다. 2일 광주공연을 시작으로 11일에는 대구에서 공연됐고 15, 16일 서울 KBS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21일부터 27일까지는 일본 도쿄(東京) 예술회관과 와카야마 시민홀에서 공연된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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