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民 心(민심)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20분


稷-곡식신 직 輿-수레 여 暴-흉폭할 폭

宰-다스릴 재 任-맡길 임 虐-사나울 학

中國은 오랜 기간 동안 전제군주정치를 실시했던 나라지만 옛날부터 ‘百姓(백성)이 제일’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堯舜(요순)임금이 천하의 聖君(성군)으로 추앙받는 까닭도 民本主義(민본주의)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 民本主義를 최초로, 또 정식으로 정치쟁점화 한 이는 孟子(맹자)였다. 그는 국가의 구성 요건 세 가지를 들면서 첫째가 百姓(백성), 둘째가 社稷(사직), 마지막이 君主(군주)라고 했다.

그 百姓의 意志(의지)가 곧 ‘民心’으로 지금 말로 하면 輿論(여론)이다. 그가 百姓을 중시했던 만큼 ‘民心’은 통치자로서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의 하나였다. 그에 의하면 天下를 얻는 방법은 百姓을 얻는 데에 있으며, 百姓을 얻는 방법은 民心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民心을 얻는 방법으로 그는 ‘爲民政治(위민정치·百姓을 위한 정치)를 들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天下를 잃는 것은 百姓을 잃은 까닭이요, 百姓을 잃은 것은 民心을 잃은 까닭이다. 곧 民心을 잃으면 天下를 잃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표적 暴君(폭군)인 桀(걸·夏왕조 최후의 왕)과 紂(주·殷 최후의 왕)의 예를 들었다.

그럼 民心의 본체는 무엇일까.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은 하늘(天)이 우주만물의 主宰者(주재자)라는 이른바 ‘天命思想’(천명사상)을 굳게 믿었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하늘의 아들이 되며 百姓들 가운데서 德(덕)과 信望(신망)을 갖춘 자를 뽑아 자기 대신 天下를 다스리게 하니 이가 바로 ‘天子’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天子의 任免權(임면권)은 하늘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하늘이 마음대로 天子를 任免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民意(민의)를 좇아 행했으니 百姓이 싫어하면 하늘도 싫어했다. 곧 하늘의 意志는 바로 百姓의 意志와 같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서 ‘民心은 天心’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民心은 위정자의 정치행태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民心은 無常(무상)하다’는 말이 나왔으며 위정자는 늘 民心의 向背(향배)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혹 天子가 직분을 망각하고 虐政(학정)을 일삼으면 民心은 등을 돌리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하늘도 뜻(天命)을 바꾸어(革) 다른 사람으로 교체시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革命(혁명)이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民心을 잃으면 革命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 民心이라 하겠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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