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 동국대에 기부 “나 살던 집 불교위해 써주오”

  • 입력 2002년 6월 16일 23시 15분


혼자 살아온 8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인 아파트를 동국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명기(李命基·80·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할머니는 최근 동국대를 방문해 송석구(宋錫球) 총장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33평형 아파트(시가 2억5000만원 상당)를 사후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이 할머니는 평생 모은 전 재산인 아파트를 기증하면서 “현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가진 게 이것 밖에 없어 부끄럽다”며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아파트를 불교 발전을 위해 의미 있게 쓰고 싶어 동국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8세 때부터 방직공으로 일하면서 혼자 살아오다 지난해 아파트를 장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기부자 예우 규정에 따라 이 할머니에 대해 동국대 한양방병원에서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가족이 없는 이 할머니를 위해 사후 49재까지 지내주기로 했다. 대학 측은 할머니 사후에 본인의 뜻에 따라 아파트를 처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불교대학 조성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송 총장은 “보시(布施)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이 재산 보시”라면서 “할머니의 뜻을 기려 불교학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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