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권 발매 4년여 5000만장 돌파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0분


1998년 3월 판매되기 시작한 문화상품권이 17일 총 판매량 5000만장(5000원권 기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문화상품권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가 가전제품 등 일반상품으로 확대되면서 ‘건전한 선물문화 정착과 국내 문화산업 발전에 공헌한다’는 당초 발행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문화진흥에 따르면 문화상품권은 발매 첫해 210만장, 99년 760만장, 2000년 1330만장이 판매됐으며 지난해에는 1700만장이 팔렸다.

올해에도 6월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 많은1000만장이 판매됐다. 그 동안 판매 총액은 2500억원.

한국문화진흥 김준묵 사장은 “적은 돈으로 문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문화생활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의 추세에 부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상품권 판매가 급증한 것은 99년 2월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부터다. 당초 문화상품권은 사용범위가 서적 영화 공연 등 문화산업으로만 한정됐었고 이때까지는 판매량이 월 평균 17만여장 불과했다.

그러나 99년 2월 상품권법이 폐지된 뒤 문화상품권의 사용 범위를 확대하자 판매량이 월 63만여장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

지난해 말 인터넷에 문을 연 문화상품권 쇼핑몰 ‘컬처랜드’(www.cultureland.co.kr)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은 선풍기 구두 옷 등 일반 쇼핑몰과 차이가 없다. 심지어 성인 대상으로 야한 에로 영화까지 사용료를 받고 상영하고 있는 실정.

그 동안 한국문화진흥의 주 수입원은 일단 판매된 뒤 회수되지 않고 있는 월 평균 100만장(50억원)의 ‘유휴 상품권’이었다. 회사측은 유휴 상품권 판매액으로 국채 주식 등을 구입해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한국문화진흥측은 “문화상품권의 출범 당시 취지를 살려서는 회사 운영이 힘들고, 이익을 내려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자니 ‘문화상품권이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을 듣고 있다”며 “그러나 문화상품권을 계속 발행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백화점식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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