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족끼리 장례를 치렀으며 화장 후 유해는 고인의 본가가 있는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뿌려졌다. 유족으로는 싱가포르 출신인 부인 진채여씨(33)와 딸 시민양(6)이 있다.
1962년 부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단편소설 ‘노점 남자’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어 장편소설 ‘시간 속의 도적’ ‘웃음’ ‘목마들의 언덕’ ‘크레파스’ ‘무슨 상관이에요’ 등을 발표하고 소설집 ‘가면 지우기’ ‘연인에게 생긴 일’, 동화 ‘비밀의 동굴’ 등을 출간했다.
고인은 엄격한 문학주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형식을 실험한 작가로 평가받았다. 특히 ‘시간 속의 도적’에서는 정치학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남북문제가 또 다른 지역 차별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고인과 죽마고우인 이현씨는 “전업작가였던 고인은 평소 몸이 허약했지만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아까워할 정도로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면서 “최근 전화통화에서도 전혀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