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이 TV를 통해 월드컵 한국전을 한 경기도 빠짐없이 시청하는 ‘열성팬’인 반면 종정스님은 평소대로 수행을 계속하면서 상좌 등을 통해 월드컵 승전소식을 전해듣고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 ‘이신전심(以心傳心)’형.
천주교의 한 관계자는 “추기경께선 한국전이 열리는 날이면 다른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열심히 경기를 시청하면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신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가 열리던 1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 캠퍼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신부 30여명과 함께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그러나 밤 기온이 쌀쌀해지자 건강을 우려해 전반전이 끝난 후 집무실 숙소로 옮겨 후반전을 시청하고 승리의 감동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추기경실 관계자는 19일 “전날의 흥분과 감동이 사라지지 않으셨는지 추기경께서 오늘 아침 다시 한번 ‘기적이다. 한국인의 위대한 승리다’라고 되뇌셨다”고 전했다.
법전 종정은 주석하고 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평소처럼 오후 10시경 취침해 오전 2시에 기상한다. 월드컵과 한국팀 관련 소식은 주로 시자 스님 등을 통해 전해듣는다. 하지만 한국과 이탈리아 경기가 벌어진 18일 오후엔 이례적으로 뉴스를 통해 경기 결과를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 ‘해인’지 편집장이자 종정 비서실장인 원철 스님은 19일 “큰스님께서 ‘국민의 염원이 큰 기적을 만들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 무척 좋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원철 스님은 또 “법전 스님께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과 국민적 단합이 국운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덕담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