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기자의 현장칼럼]"달마야 공 한번 차자"

  • 입력 2002년 6월 20일 15시 12분


해인사 운동장에서 선방스님들과 강원스님들이축구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전영한기자]
해인사 운동장에서 선방스님들과 강원스님들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전영한기자]
《15일은 음력 5월 5일로 단오. 단오는 농촌에서 모내기철을 지내고 하루 신나게 노는 날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는 단옷날에 체육대회가 열린다. 본래 강원(講院)의 1학년인 치문(緇文)반, 2학년인 사집(四集)반, 3학년인 사교(四敎)반, 4학년인 대교(大敎)반이 학년별 축구 족구 배구경기를 벌이는 대회지만 강원 스님들과 사하촌(寺下村) 마을청년들, 강원 스님들과 선방(禪房) 스님들의 친선 축구경기도 열려 절과 마을 전체의 한바탕 큰 잔치가 된다.》

해인사 홍탑선원 뒷마당의 운동장. 단옷날 체육대회에서 해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강원 스님들과 선방 스님들의 축구경기이다. 올해는 특히 중계 마이크를 잡은 아나운서 홍제(洪濟) 스님과 해설자 도원(道元) 스님의 구수한 입담이 구경온 신도들과 마을 주민들의 폭소를 자아내며 경기 내내 흥을 돋웠다.

“선방 스님들, 골 결정력은 없습니다만 열심히 뛰고 있네요. 저기 자기가 왜 뛰고 있는지 모른 채 열심히 뛰고 있는 저 선수는 누굽니까?”(홍제 스님)

“글쎄요. 제가 강원에 있지만 다들 머리를 깎고 있어 뒷모습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아! 방금 돌아선 모습을 보니까 OO스님이네요. 저희 사형(師兄)입니다. 참 훌륭한 분이시죠. 글쎄 이번 안거 끝나고 해제비(解制費) 받으면 절반을 저한테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도원 스님)

선방은 지금 여름 안거 중이다. 선승이란 바랑 하나 달랑 메고 산천을 떠도는 스님들. 절에서는 안거가 끝나면 이들에게 생활비조로 얼마간의 돈을 해제비라 해서 준다. 해인사는 선승들에게 꽤 두둑한 해제비를 주는 절로 알려져 있다.

“선방 스님들 모습 참 다양하네요. 모자 쓴 분, 두건 쓴 분, 까만 바지, 파란 바지, 하얀 바지에 승복 바지까지. 정말이지 찢어진 바지가 없다는 게 천만다행입니다.”(홍제)

“선방 스님들은 대자유인(大自由人) 아닙니까. 대자유인이 뭐가 안 어울리겠습니까. 옷을 벗은들 어떻고 옷을 입은들 어떻겠습니까.”(도원)

“방금 말씀드리는 순간, 강원의 히바우두 OO스님의 슛이 선원 스님팀의 네트를 갈랐습니다. 평소 누구보다 공양을 많이 드시더니 정말 오늘 쌀값합니다. 쌀값해.”(홍제)

“선방 스님들, 우리 강원 스님들을 너무 얕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도원)

“혹시 허허실실 작전을 쓰는 게 아닐까요?”(홍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선방 스님들은 본래 도솔천에도 몇 초에 서너번씩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이 아닙니까?”(도원)

“그렇지만 오늘 강원 스님들의 수비는 철벽수비네요. 강원 스님네들 작전명이 은산철벽(銀山鐵壁)이라고 하죠?”(홍제)

“그렇습니다. 선방 스님들, 시심마(是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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