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조차 그러니 일 때문에 만나거나 어려운 상대방 앞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덕분에 업무를 그르칠 때도 더러 있었다. 상대방 말을 못 알아들었으면 정중히 다시한번 설명을 부탁하면 될 일도 다 아는 체를 하다 보니, 결국 실수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제가 참 한심하게 여겨집니다. 솔직하지 못한 제 자신도 싫지만, 혹시라도 사람들이 그런 제모습을 눈치챌까봐 그것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고요. 덕분에 대인관계도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 그것도 괴롭습니다.”
그의 말이다. 그가 좀더 심각하게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것 뿐이지, 우리 모두 다 조금씩은 그런 경향을 갖고 있지 않을까. 설령 잘 모르는 것도 굳이 모른다는 걸 드러내느니 두루뭉실 아는 체하고 넘어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것이다. 도덕적으로 흠 없고 완전한 사람을 빼곤. 그러나 이 세상에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고 보면, 우리 모두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자책감으로 지나치게 괴로워할 일은 아니다. 물론 그런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은 해 봐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문제도 굳이 아는 체하려고 드는 건, 행여라도 상대방에게 나의 무지함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인간관계이든 솔직한 면을 드러내서 나빠지는 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모르는 걸 공연히 아는 체하다가 사실은 모른다는 게 드러나면 그편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잘 모르는 얘기나 일에 대해선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고 상대방에게 한번 더 설명을 부탁하는 편이 훨씬 현명한 태도인 것이다. 그것이 시사문제든, 영어 단어든 한자숙어든 아니면 대단히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얘기든 무슨 상관인가.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설명을 구하는 솔직한 태도야말로 인간관계에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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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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