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채영주를 추모하며/소설가 복거일
상면한 건 두어 번.
책을 내면 보내고 보내온
친구라고 하기는 좀 무엇한 사이.
그렇지요 우린?
그래 잘 있는 줄로 알았소.
새로 책도 냈다고 신문에 났길래
곧 책이 오려니 했소.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오?
채형, 부산에서 눈 감은 채형,
이형기(李炯基) 선생께서 부산 친구
최계락(崔啓洛) 선생께 한 얘기 아시오?
“누구나 한번은 가는 길이라 하지 말라.
갓 마흔 밖에 안 된 나이엔
그렇게 함부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렇소. 그 나이엔 그렇게
함부로 가는 것이 아니오.
그것도 여섯 살 난 딸아이 남기고.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인 처지,
등단할 때와 비슷한 원고료 받아
조마조마 삶을 꾸려온 사내들,
채형, 어린 딸에겐 무엇을 남기고
눈을 감았소? 그래 눈을 감긴 감았소?
친구라 부를 수도 없는 처지
객쩍은 소리 낼 수도 없어
이렇게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증산동 달동네 올망졸망한 지붕들
흐릿한 눈길로 내려다보오.
개똥밭에 뒹굴어도
역시 좋다는 이승
월드컵 경기로 떠들썩한데
차마 감지 못한 눈 부릅뜨고
어느 아득한 황천길을 가고 있을
행색 초라한 사내
당신에게 물어보오.
채형, 그래 저승에서도
원고지 메우기를 천직으로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