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산 떠나는 임창봉옹 “나무와 30년… 너무 행복했죠”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1분


“나는 비록 사랑스러운 나무 곁을 떠나지만 모두 건강히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인생의 황혼기 30년을 육림(育林)에 쏟아온 대전 장태산휴양림 대표 임창봉(林昌鳳·81)옹. 그는 21일 울창한 23만여평의 장태산휴양림을 떠나 독림가(篤林家)로서의 삶을 접는다.

대전시가 경매에 부쳐진 이곳 휴양림을 올 2월 인수한 뒤 21일자로 낙찰대금 39억7800만원을 법원에 내겠다고 밝히면서 임옹에게 비워줄 것을 통보했기 때문.

사재 200억원을 모두 털어 장태산을 조성해온 임옹은 결국 독림가 인생 30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고 나무와의 인연도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게 됐다.

오히려 휴양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진 빚 20억원만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 같은 통보를 받은 임옹은 요즘 나무와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죽을 때까지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새로운 주인이 온다 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시민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돼라.”

휴양림을 함께 관리해 온 맏아들 재문(在文·53)씨는 “아버님이 평생 가꾼 숲이 시민들의 품에 돌아가게 된 것은 기쁘지만 여기서 나가면 당장 먹고사는 것부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장태산휴양림은 임옹이 73년부터 대전 서구 장안동에 조성한 전국 최초의 사유 휴양림으로 연간 30만명이 찾는 ‘대전 8경’중의 하나인데 경제난 등에 따른 도산으로 소유권이 대전시로 넘겨졌다.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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