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미술품 전시…수감자 정서순화 기대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7분


교도소에 화랑이 생겼다.

서울구치소는 20일부터 건물 내에 서양화 동양화 판화 등 그림과 사진 서예작품 공예품 등 1000여점의 미술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작품이 전시된 곳은 구치소 건물의 복도와 민원봉사실 접견실 교회 사무실 등이다. ‘사랑이 가득한 교정화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술품은 한국미술협회와 구치소 교정위원, 직원, 일반인, 수용자 등 410여명이 기증했다. 구치소는 지난 6개월간 서화 기증운동을 펼쳐 작품을 모았다.

한국미술협회의 전문 큐레이터(전시 기획자)가 구치소 건물의 특성과 작품의 성격 등을 감안해 전시 계획을 세웠다.

전시되는 작품들을 수시로 교체해 변화를 꾀하고 다양한 감상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구치소 측의 방침이다.

작품의 표구는 수용자들이 직접 제작해 예산을 절감했다.

구치소 측은 수용자 5명에게 1개월간 표구 교육을 시킨 뒤 그들에게 전시되는 작품 전체의 표구를 맡겨 4500만원을 아꼈다고 밝혔다.

하근수(河根洙) 서울구치소장은 “딱딱하고 경직된 표어 구호 등 인쇄물 대신 품격 높은 예술작품을 계속 접하면 수용자들의 정서가 많이 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치소 측은 전시물을 지역 주민과 수용자들의 가족 등에게도 적극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 교정국은 다른 구치소와 교도소에도 그림 등을 전시하기로 했으며 전시작품을 충당하기 위해 ‘서화 기증운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콘크리트 담장으로 대변되는 교도소의 이미지를 전환해 국민들이 교도소를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친근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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