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은 22일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달 러시아 공항에서 재입국이 거부된 예르지 마주르 시베리아교구 주교가 입국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서한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냈으나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주르 주교는 4월 모국 폴란드를 방문하고 모스크바의 셰레메테보 2공항으로 재입국하려다 거절당하고 바르샤바행 비행기에 태워져 추방됐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이탈리아 국적의 스테파노 카프리오 사제의 입국도 거절한 바 있다.
바티칸 측은 러시아에 대해 종교단체가 포교 지역을 가질 권리를 존중키로 합의한 유럽안보협력에 관한 99년 빈회의 문건의 준수를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부터 요한 바오로 2세를 러시아에 초청하는 등 가톨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이 러시아에 4개 주교관구를 설치키로 결정해 러시아 정교회와의 사이가 악화되면서 푸틴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인구의 90% 이상이 정교도인 러시아의 국민 감정을 감안해 가톨릭 교회의 신축을 중단시켰으며 교황의 러시아 방문도 지연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