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7월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종빈의 개인전을 보면 그의 성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철저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고 그동안 제작했던 자신의 작품 모두를 되돌아본다.
전시장에서 맨 먼저 만나게 되는 ‘자소상(自塑像)’. 자신의 모습을 누드 상태로 만들어 비스듬히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예술가의 고뇌하는 삶을 극단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두꺼운 철판을 검푸른 바다로 만들고 그곳에서 수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수영하는 사람’은 보는 이를 처연하게 한다. 삶의 바다, 예술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고독하다. 반성과 성찰이다. 하지만 두 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강한 의지도 담겨 있다.
작가의 반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970년대 이후 자신의 대표작 100여점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미술의 흐름을 한 눈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일종의 예술지도다. 이같은 이례적인 전시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자신의 미술을 철저하게 반성한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작가의 시선은 자신의 몸, 자신의 작품을 넘어 아버지의 삶에 이른다. 아버지의 얼굴을 조각한 대형 작품 ‘나는 아버지를 본다’를 통해선 분단의 시대, 실향민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쓸쓸한 삶을 되돌아본다. 합성수지로 제작한 가로 2m, 높이 1.5m의 얼굴. 표면을 거칠게 표현함으로써 삶의 역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두 눈엔 눈동자 대신 북한의 거리 풍경을 촬영한 비디오를 설치해 이산의 아픔을 극대화했다. 02-735-6317,8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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