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있는 라이브 극장 인수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도장을 방금 찍었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기사를 위한 홍보가 아니라 그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었는데 잘 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그 뒤에도 이선희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긴 국내에서 가수가 공연장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처음이다.
“우선 내가 공연하고 싶어요. 공연장은 살아있는 노래의 마당입니다. 가수나 팬들은 누구든지 그런 상설 무대를 원할 겁니다.”
이선희는 1984년 데뷔 이후 라이브 공연장에서 진가를 발휘해온 가수다. 전성기 시절 작은 몸이 믿기지 않을 만큼 우렁찬 소리를 뽑아내 스피커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월드컵 응원 무대같은 큰 행사에 그가 대곡 ‘아름다운 강산’을 단골로 부르는 것도 역동적인 파워와 가창력 때문이다.
30대 후반인 그는 지난해 12집을 냈지만 음반 판매는 기성 가수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무대에서는 단연 정상급. 특히 수천명 이상의 대형 공연에서 그는 늘 초청 영순위다.
라이브 극장은 300여석의 소극장. 1990년대 중반 개관한 이곳은 당시 TV 댄스 음악에 식상한 가요 팬과 가수들이 한데 어울려 진정한 노래를 즐기는 라이브의 전당으로 자리잡았다. 이선희도 3년전부터 매년 공연을 해왔다.
“팬들의 콧김까지 느낄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이선희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등 대형 무대에 서 왔기 때문에 소극장 무대의 본격 활동은 다소 꺼렸다. 그렇지만 공연을 해갈수록 소극장 공연의 맛에 매료된 그는 결국 그곳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주위의 만류도 만만찮았다. 나이도 적지 않으니 차라리 안전한 사업을 권하는 이도 많았다. 더구나 라이브 극장이 경영난에 빠져 있어 그 명성을 되살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그렇지만 꿈은 기회가 왔을 때 실현해야죠. 가요계의 선배로서 후배 가수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이선희는 ‘롤러 코스터’처럼 노래 잘하는 가수들에게는 공연장의 문을 활짝 열 것이라고 했다. 특히 TV가 주도하는 ‘보는 음악’이 음반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요즘 추세로 본다면 라이브 공연장이 새로운 스타의 산실이 될 것이라는 게 가요계의 진단이다.
라이브 극장은 김장훈의 100일 콘서트가 끝나는 10월6일 이후 보름간 새 단장에 들어간 뒤 10월말경 재개관한다. 재개관 기념무대로는 라이브 가수들의 릴레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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