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복원 古木에 시야 가렸다

  • 입력 2002년 6월 26일 18시 14분


19세기초 창덕궁 모습을 그린 동궐도에는 느티나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아래 점선부분) [사진=이광표기자]
19세기초 창덕궁 모습을 그린 동궐도에는 느티나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아래 점선부분) [사진=이광표기자]

“나무가 먼저인가, 건축물이 먼저인가?”

현재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창덕궁의 일부 회랑이 나무 때문에 복원되지 못해 절름발이 복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회랑은 창덕궁 정문 돈화문 뒤편 옛 선원전과 규장각 자리의 남쪽 회랑. 문화재청은 이곳 회랑터에 자라고 있는 수령 270여년의 느티나무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이 나무가 위치한 곳에 주춧돌만 세워놓고 회랑 건물 복원을 일단 중단했다. 이에 따라 12칸이어야할 회랑이 전부 복원되지 못하고 중간에 끊겨버린 채 7칸만 복원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복원에 대한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나무 때문에 회랑 복원을 중단한다는 것이 원형을 되찾겠다는 고궁 복원의 취지에 근본적으로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 비판의 요지. 이 나무가 19세기 초 창덕궁의 모습을 그린 동궐도에 나오지 않는 것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마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축사학자는 “원래 창덕궁에 없던 이 나무는 일제시대 때 이식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왜 이 나무 때문에 회랑 복원을 중단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나무가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과 일직선 상에 있어 궁궐 건축물의 조경상 돈화문 뒤편의 시야를 가로 막는다는 점, 나무가 있는 자리에 주줏돌만 세워놓고 건물을 올리지 않아 모양이 볼썽 사나워진다는 점, 나뭇가지가 복원된 회랑의 기와지붕에 맞닿아 있어 이 나무가 자라면 분명 기와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나무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 오래되고 수려한 이 느티나무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나무 있는 자리의 회랑 복원을 일단 중단한 것”이라면서 “추후 나무가 건축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아가면서 추가 복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지 완전 중단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위원인 김동현 동국대 교수도 “회랑에 나무가 붙어 있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이 느티나무도 소중하다”면서 “일단 복원을 중단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나무를 잘라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시작된 창덕궁 복원사업은 옛 선원전과 규장각 지역을 끝으로 2003년 마무리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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