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증권시장의 사생아’ ‘열려있는 시장, 잠자는 주식’ 등 증권 관련 책을 5권이나 냈을 정도로 증권가에서 유명한 사람. 그는 “증권이나 문화재나 모두 수많은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비교 검토해보면 ‘흙 속의 진주’를 캐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은 원래의 제 자리를 떠난 문화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독특하다. 이씨는 특히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 의해 강제로 옮겨져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전시 중인 석조 문화재를 꼼꼼하게 살폈다.
강원 원주시 흥법사지에 있다가 일제에 의해 서울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진 국보 104호 염거화상탑에 대해 이씨는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니 이 석조물이 흥법사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경기 가평의 종현암지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한 천수사 삼층석탑의 경우, 원주 천수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원주 영전사지나 영천사지에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이렇게 잘못 전해져 온 것은 박물관 수장기록카드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러한 오류를 검증 없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증권 전문가인 이씨가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어찌보면 우연이었다. 이씨는 1990년대말부터 여행삼아 여기 저기 절터를 찾아다긴 했으나 문화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곳 두 곳 다니다보니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탑과 부도 석등 석불 등이 긍금해졌다.
“제 자리를 떠난 그 석조물들을 추적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것 저것 자료를 찾아보려고 해도 기록은 부족하고 설명도 부정확하더군요. 기록이 있다고 해도 사실 관계가 뒤죽박죽인 것이 허다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주말마다 현장을 찾았고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에서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이 책은 그 정성과 땀의 결실이다.
이씨의 작업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를 찾아 또다시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문화재야말로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