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현대미술관 3년간 맨해튼 떠나

  • 입력 2002년 7월 1일 17시 38분


지난달 29일 뉴욕 맨해튼에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로 옮겨 개관한 뉴욕 현대미술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뉴욕 맨해튼에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로 옮겨 개관한 뉴욕 현대미술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뉴욕 미술의 메카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지난달 29일 맨해튼에서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로 장소를 옮겨 개장했다. 맨해튼 중심가에 있던 MOMA는 뉴욕 시민은 물론 여행객들이 반드시 거쳐야할 관광코스로 꼽힐만큼 세계적 명소였다. 록커펠러 센터와 쇼핑 중심가인 5번가 주변에 위치해 특별히 미술에 관심이 없는 여행객도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10만점이 넘는 회화와 조각, 드로잉, 판화, 사진, 건축 모형, 디자인 작품과 1만4000여점의 영화, 14만여점의 미술관련 서적 등 방대한 양의 소장품을 보고싶다면 이제 최소한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73년간 맨해튼에 자리잡았던 MOMA가 퀸즈로 이사한 것은 넘쳐나는 소장품을 소화할만한 공간 확보를 위해 맨해튼 MOMA가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 퀸즈 MOMA는 임시거처인 셈이다. 맨해튼 MOMA의 전시공간은 8만5000여 평방피트(약 2388평)로 소장품을 소화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개 보수 공사를 통해 맨해튼 MOMA는 총공간 63만 평방피트(1만7703평), 전시공간 12만5000 평방피트(약 3512평)로 확대돼 2005년 개장된다. 공사 비용만 약 650만 달러(한화 78억원).

퀸즈 MOMA의 전시공간은 2만5000평방피트(약 702평)로 이전에 비해 규모가 줄었지만 지난 세기 작품들 중심으로 전시실을 꾸며 몬드리안, 엘스워스 켈리, 블링키 팔레르모, 마티스, 잭슨 폴록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의 그림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대형 비디오 프로젝션이 설치된 뉴욕현대미술관 로비.

퀸즈 MOMA는 미국의 한 문구업체 공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마이클 몰짠이 개조한 미술관의 벽은 파란색이 칠해져 있고 정문에는 흰색으로 ‘MOMA/QNS’라는 글씨가 씌여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높은 천장, 움직이는 벽 등 이 건물의 전형적 공장 구조는 오히려 현대 미술의 특징인 개방성(open-endedness)과 잘 들어맞는다”고 해석했다. 몰짠은 “공장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기 보다 미술관으로 변화돼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진보’의 개념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퀸즈 MOMA는 다양한 개막 전시를 마련했다. ‘시간’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Tempo’는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작가들의 작품을 초청했다. 인체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개념을 설명한 매튜 바니와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 등이 전시된다. 또 MOMA가 소장한 자동차 중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전시한 ‘Autobodies: speed, sport, transport’도 눈에 띈다.

퀸즈 MOMA는 비록 임시거처이긴 하지만 뉴욕 미술의 맨해튼 집중화 현상을 변화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PS1 현대미술센터가 이곳에서 2km도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이사무 노구치 미술관도 지난달 29일 보수공사를 마치고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에서 개관했다. 소호에 위치했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역시 9월 이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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