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술이야기]월드컵 한국팀 상대 '와인 강국' 닮은꼴

  • 입력 2002년 7월 2일 16시 38분


독일 모젤 - 이탈리아 바롤로
독일 모젤 - 이탈리아 바롤로
월드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술은 맥주다.

유럽의 축구팬들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는 모습이 TV에 자주 비친 탓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와인이 맥주 못지 않게 부상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의 승리 후 인터뷰 때 와인을 마시며 자축하겠다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경기를 치른 상대들이 폴란드와 터키를 제외하고는 모두 와인 생산 대국들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가장 치열하게 승부를 겨룬 이탈리아는 국토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이탈리아 와인의 특징은 맛이 묵직하고 진하다는 점. 레드와인이 주종을 이루며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이탈리아에서 최상품 레드와인으로 꼽힌다.

스페인은 유럽국가지만 화려한 개인기를 토대로 하는 남미식 축구를 구사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은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셰리(Sherry). 축구 스타일도 화끈하고 와인도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정열의 나라’ 답다.

포르투갈도 스페인처럼 수비보다는 공격이 강한 축구다. 와인 역시 스페인의 셰리처럼 브랜디를 섞어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단맛이 강한 포트(Port)가 유명하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지만 화이트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역으로는 한국인에게도 귀에 익은 모젤(Mosel) 지역을 꼽을 수 있다. 햇빛이 적어 독일에서 재배되는 포도는 당분 함량이 적고 산도가 높은 것이 특징. 와인은 알코올 함유량이 평균 8∼10% 정도로 낮으며 대체로 가볍고 신선한 맛을 지녔다. 독일은 축구 스타일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쾌한 편.

미국은 와인 생산 역사가 짧지만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어느새 세계 4위권의 와인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축구 역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16강 진출을 일궈냄으로써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나파밸리가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꼽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프랑스 와인 샤토 탈보를 좋아하지만 혹 월드컵 기간엔 맞상대를 했던 나라들의 와인으로 자축한 건 아닐까.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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