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순수성의 힘

  • 입력 2002년 7월 2일 16시 50분


월드컵 열기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며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유례 없는 골프장 해약 사태가 발생했고 ‘꿈의 향연’이라는 US오픈도 한국축구가 일궈낸 감동적인 신화 앞에선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과연 이 위대한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극찬했던 한국선수들의 순수성에 기인한다. 한국선수들의 순수성은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신화를 창조해냈다.

순수성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여는 가장 큰 힘이다. 필자에게 ‘순수함’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수성씨다. 필자는 6월초 초록이 눈부신 곤지암CC에서 이수성 전 총리와 골프의 3대 즐거움(자연을 보는 즐거움, 자연 속에서 걷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골프 격언에 ‘한 사람의 성격과 인격을 파악하는데는 골프 한 라운드면 충분하다’는 말이 있다. 필자 또한 이 전 총리와 18홀을 함께 돌면서 그의 모습 속에서 꽃잎보다 여리고 새털보다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소유자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80년대 초반 격동기 때 서울대 학생처장 재직시 민주주의를 위해 학생 편에 서 있었다. 총리시절 말단 공무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어려움을 보살폈다.

그날도 도우미에 대한 각별한 따뜻함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동반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 덕분에 우리 일행은 모두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드라이버샷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힘이 넘쳤고, 정교한 퍼팅 솜씨로 버디를 기록하는 등 실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골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자연에 도취되어 산책하는 즐거움을 통해 마음을 비울 수 있고, 마음을 비워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메아리가 울려오지요.”

그는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을 중요시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고 오랜 세월 변함없이 지기(知己)들과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여서 좋다”고 골프 예찬론을 폈다.

필자는 그날 동반에서 특히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을 느꼈다. 또 정치인 이수성보다 교육자 이수성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축구가 순수성을 바탕으로 신화를 창조했듯이, 그와 같은 순수성을 지닌 지도자들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위상이 드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본다.

이순숙 월간 골프헤럴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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