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일본 요코하마 월드컵경기장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 3대 테너’가 벌인 환상의 ‘스리 테너 콘서트’에 출연한 소프라노 박미혜(경희대 교수) 메조소프라노 장현주(경원대 교수) 김현주(중앙대 강사)씨는 입을 모아 6만여명의 관객 앞에서 받은 감격을 표현했다. 파바로티는 최근 2005년 은퇴하겠다고 공언했으므로 이번 공연은 마지막 ‘스리 테너 월드컵 콘서트’가 된다.
세 사람은 월드컵 3·4위전으로 전국이 다시 한번 후끈 달아올랐던 다음날인 30일, 거리응원의 중심지 중 하나인 서울 시청앞의 플라자호텔 커피숍에 모여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교환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까이서 본 세 분의 개성은 천차만별이었어요. 최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토스카’ 공연을 취소한 파바로티는 컨디션을 의식해서인지 시종일관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백혈병 투병경력이 있던 카레라스도 온 몸을 쥐어짜 열창한 뒤에는 기진맥진해지더라구요.”(박미혜)
“그렇지만 도밍고는 시종일관 힘이 넘쳤어요. 공연이 끝난 뒤 인삼을 선물하자 ‘오늘밤 주의하라’는 ‘찐한’ 농담까지 하더라구요.” (장현주)
“제게는 ‘성이 Park인가. 축구선수 박지성과 같은 성이군. 멋진 플레이를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셋 다 못말리는 축구광이라는 얘기가 실감나더군요.” (박미혜)
이날 콘서트에서는 ‘스리 테너’의 노래 외에 한국인 소프라노 세 사람이 노래한 ‘아리랑’, 스리 테너와 한국 소프라노 세 사람 등 여섯명이 노래한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여섯 사람에 일본 소프라노 세 사람이 가세해 아홉 사람이 노래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등 다양하게 구성된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박씨 등 세 사람은 마이크 없이 육성만으로 진행된 리허설에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위대한 성악가’ 세 사람의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름답고 충실하며 기름진 소리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과시하는 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이 엄청난 대가들이 모이는 장관을 앞으로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장현주)
김현주씨는 “행사 내내 도움을 준 일본인들도 ‘한국이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 중 놀랍지 않은 것이 없다’며 찬사를 그치지 않더군요. 음악계도 학연 지연에 얽매이는 관습부터 철폐해 축구가 이뤄낸 것 같은 세계수준의 성과를 올렸으면 좋겠다”라며 따끔한 한마디를 보탰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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