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토니상 휩쓴 '모던 밀리' 美 맨해튼 현지공연 보고…

  • 입력 2002년 7월 2일 18시 44분


밤이 되면 더 화려해지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 스퀘어. 거리는 높은 마천루와 24시간 내내 반짝이는 전광판 조명들로 가득하다. 목을 빼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 중에 혹은 청운의 꿈을 안고 뉴욕을 찾은 시골뜨기도 있을 것이다.

타임스 스퀘어를 끼고 있는 뉴욕의 마퀴스 극장. 이곳에서는 올해 토니상 6개 부문 석권에 빛나는 뮤지컬 ‘철저히 현대적인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이하 ‘밀리’)’가 공연되고 있다. 1920년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뮤지컬은 캔자스 출신의 시골처녀 밀리가 도시에 대한 환상에 젖어 뉴욕으로 ‘무작정 이주’한 뒤 그곳에서 겪게 되는 생활과 사랑을 그렸다.

미국의 1920년대는 ‘광란의 시대’로 불릴만큼 돈과 환락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1920년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대도시 암흑가를 중심으로 밀주 제조가 성행했고 환락가의 번성과 함께 재즈도 전성기를 맞는다(1920년대는 ‘재즈의 시대’라고도 불린다).

뮤지컬 ‘밀리’에는 이러한 당시 시대상이 잘 반영돼 있다. 뉴욕에 도착한 밀리가 환락가에서 술을 마시다 경찰에 적발되고 우연히 만난 재즈 여가수와 친구가 된다. 한 보험회사에 속기사로 취직한 밀리는 돈 많고 잘 생긴 사장을 사랑하게 되면서 상류사회로의 진출을 꿈꾼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출연자들이 선보이는 춤과 노래는 뉴욕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2막 앞부분 밀리가 속기사 동료들과 함께 부르는 ‘그 남자에 대해 잊어(Forget about the boy)’는 인상적이다. 밀리와 연결될 듯했던 사장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자 직장 동료들은 그에게 “그는 뒷골목 고양이보다도 못한 녀석이야. 그를 잊어버려”라며 노래를 부른다. 경쾌한 탭댄스가 가미돼 한층 흥을 돋군다.

이 뮤지컬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호텔을 운영하면서 백인 여성 투숙객을 매춘부로 팔아넘기는 미어스 부인(해리스 해리엇)과 두 명의 중국인 종업원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미어스 부인은 한 투숙객에게 마취제를 먹이려다 들키자 “동양의 신비로운 간장”이라고 말하는 등 시종일관 능청을 떤다. 중국인 종업원이 극 중에서 중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서양인들의 눈에는 신기한 볼거리다.

뮤지컬의 내용처럼 한낱 무명가수에 지나지 않았던 밀리역의 서튼 포스터(27)는 이 뮤지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달 2일 그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꿈이 실현됐다는 표현은 이 기쁨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1967년 줄리 앤드류스가 주연했던 동명 영화를 각색한 ‘밀리’는 최근 ‘졸업’ ‘성공의 달콤한 냄새’ 등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징크스를 깨고 4월 이곳에서 막을 올린 이후 전일 매진 행렬을 달리고 있다. 4월 19일자 USA투데이는 ‘밀리’에 대해 “일주일 동안의 단식 뒤에 맛보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이라고 평하는 등 언론의 격찬을 받고 있다.

뉴욕〓김수경 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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