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은 임 감독의 생애와 영화활동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그가 영화를 통해 이룬 업적에 경의를 표시했다. 대학 구내에서 열린 학위수여식과 축하연도 조촐한 가운데 정성을 다한 흔적이 역력해 참석자들을 감동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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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학과나 영상관련 학과가 없는 가톨릭대에서 이 대학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임감독에게 이례적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데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올해로 개교 147주년인 가톨릭대는 임감독을 합쳐 단지 9명에게만 명예박사학위를 주었다.
오창선 총장 (신부)는 학위수여사를 통해 “임 감독께서는 지난 40년간 영화인으로서 개인적 고난과 가족사적인 멍에를 극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셨다”면서 “감독님의 작품들은 어떤 이데올로기도 인간의 희생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인간사랑의 정신에 바탕하고 있으며 이는 본 대학의 건학 이념인 ‘인간존중’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고 판단해 학위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한택 주교는 축사를 통해 “가톨릭대학이 ‘전남 숭일중 3년 중퇴’가 최종학력인 임 감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키로한 것은 한 인간의 진정한 성취는 화려한 학력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추구했으며 이를 통해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 가를 판단한 것으로 그런 점에서 우리 교육제도와 학생 학부모에게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자신의 학력에 대해 늘 당당했던 임 감독은 노트에 직접 쓴 답사를 꺼내 담담하게 읽어내려갔다.
“돌이켜 보면 제도권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의 무학이었던 저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메꾸어 가는데 많은 고충과 불편 그리고 열등감 속에서 살아온 인생이었습니다. …저는 아시아의 극동,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영화감독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개성을 필름에 담아서 세계라는 큰 꽃밭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작은 꽃으로서 작은 부분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임 감독이 이후 쓰게될 ‘영상 학위 논문’들이 기다려진다.
오명철 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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