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창립한 ‘여가·문화학회’의 전성철(53·세종대 교수) 초대회장은 한일 월드컵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시민들이 창출한 거리 문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서울 시청 앞에 광장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다양성을 죽이고 집단 획일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가·문화학회의 창립 목적 중 하나는 문화의 다양성을 수렴하자는 것이다. 교수 중심인 여느 학회와 달리 학자와 전문경영인, 문화예술인 등이 참여한다. 특히 여가 문화관련 심포지엄은 물론 인터넷 홈페이지(www.Lculture.net)에서 ‘우리 사회의 조직폭력배 문화’ ‘성인 전용관’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온라인 위주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를 극대화하는 ‘여가문화의 장터’라고나 할까요. 창립 멤버 50명이 각각의 이슈를 만들고 회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됩니다. 나아가 다양한 동호회를 만들어 ‘명예퇴직자에게 필요한 여가’ ‘K리그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의 장도 마련할 것입니다.”
여가·문화학회에는 현재 상임고문을 맡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김문조 고려대 교수, 육완순 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 연극인 박정자씨 등 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주5일제 근무 등 여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학자 전문가 외에 일반인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서양에서 여가 문화는 ‘레저 사이언스(Leisure Science)’라는 학문으로 정착돼 문화 경제 심리학자 등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전 회장은 여가·문화학회가 학자들끼리만 나눴던 얘기를 공론화함으로써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에 비해 한국의 여가문화는 걸음마 단계지만 월드컵 열기처럼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요. 개인 사회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에너지로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