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중견지식인들의 새 칼럼 기대하세요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07분


1면에 소개한 ‘앵무새 죽이기’는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 합니다. 이 책 한권이 유일한 작품인 여류 작가 하퍼 리(74)는 소외된 이웃, 힘겹게 살아 가는 이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특유의 암시와 긴장감을 주면서도 재치와 유머가 있는 유려한 문장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반향은 대단했지요. 1961년 출간 직후 미국에서 1500만부가 팔려 ‘올해 베스트셀러상’에 꼽혔고 그해 퓰리처상까지 받았으니까요. 이듬 해에는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영화로도 만들어 졌지요. (우리나라에선 ‘앨라바마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습니다.)

‘앵무새…’의 인기는 4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미국에선 아예 문학 수업 교재로 채택한 학교가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시카고시와 도서관협회, 언론들은 ‘앵무새 죽이기 읽기 운동’을 7주 동안 벌이기도 했지요. 영어를 사용하는 여러 나라 책방에 가 보면 보기 좋은 자리에 항상 꽂혀 있다고 할 정도라니까요.

우리도 첫 번역 출간된 1982년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책은 ‘편견과 이해’에 대한 책입니다. 책 제목인 ‘앵무새’는 ‘그저 온 힘을 다해 인간에게 노래를 불러 즐겁게 해줄 뿐, 곡식을 축내거나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만들지 않는 새’입니다. 그런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데도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에 멸시하고 범죄자로 몰아 버리는 행위는 ‘앵무새 죽이기’와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잘 알려진 책을 1면으로 고르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용기를 내 본 것은 이 책이, 축제를 끝낸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존재증명이었다면 월드컵은 세계인들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해 주는 축제였습니다. ‘관계’는 ‘존재증명’보다 한단계 윗길이지요.남들이 나를 알아 보면 그만큼 처신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잔치를 끝내고 우리가 해야할 바를 이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7월 들어 ‘책의 향기’는 작은 욕심을 내보았습니다. 이 시대 중견 지식인들이 쓰는 책과 문화이야기 칼럼을 1면에 새롭게 신설했습니다. 첫회를 써주신 시인 박의상씨를 비롯해 소설가 복거일씨, 철학자 이왕주씨(부산대), 한문학자 안대회씨(영남대)가 참여합니다. ‘저자 말한다’는 확대개편 해 다른 면에 소개합니다.

앞으로도,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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