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 25시]<3>사회인으로서의 여성

  • 입력 2002년 7월 8일 18시 55분


홍보대행사 ‘예스피알’의 함시원 사장(32). 상가(喪家)라면 열 일을 제쳐놓고 찾아다닌다.

그는 3년 전까지 월급쟁이였다. 그때는 아는 사람이 상을 당하면 조의금을 전달하는 게 고작이었다.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만 해도 상가 방문은 일종의 ‘투자’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회인으로서 당연한 책무처럼 됐어요. 남자들은 다들 그렇잖아요.”

굳이 ‘남자들은 다들 그렇다’고 부연한 건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 판단에 대한 근거 때문.

“여자들에게 상가 하면 떠오르는 게 음식 장만과 설거지입니다. 반면 남자들에게는 인적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장소이지요. 여자들도 이 같은 이중적 구조를 불평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이용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 직장인들에게 상가는 아직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삼성증권 김기안 과장(32)은 “상주(喪主)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사소한 것에 익숙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상가 방문이 꺼려지고, 이는 빈약한 인적 네트워크로 귀결된다는 설명. 김 과장은 이 같은 어색함이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사회생활에 익숙지 않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남자들이 당연시하는 선후배 챙기기도 서툴기는 마찬가지.

LG건설 임세정 대리(31)는 “여자들은 회사를 옮기면 옛 상사와는 영원한 이별”이라며 “같은 직장에서도 다른 부서원들과는 교류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회사가 여직원들을 순환 배치하기보다는 한 직무만 전담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 또 남자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일 경우 ‘다른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쉽게 산다.

임 대리가 특히 아쉬워하는 건 동문을 중심으로 한 남자들의 끈끈한 유대관계. “고등학교 동문이 없는 건 물론이고 여대 졸업생들은 대학 선후배 찾기도 어려워요.”

부실한 인맥관리는 정보 결핍으로 이어진다. 자기 신상과 직결되는 사내(社內) 고급 정보를 남자 동료들보다 한 발 늦게 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의 성향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헤드헌팅 업체인 서울매지니먼트컨설팅 우선희 이사는 “남자들은 업무 이외의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자기 가치를 높이지만 여자들은 업무 자체에만 신경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여자들은 업무 책임감이 높다는 증거”라며 “이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인사관리와 직장 선후배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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