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최현 선생은 후배들에게 “춤은 희로애락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소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처럼 진실돼야 한다”며 “우리 유산(춤)을 이 시대에 맞는 감각으로 재창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1929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세 때 김해랑 무용연구소에 들어가 8년 동안 궁중무용 민속무용 등 전통춤을 배운 뒤 김천흥 한영숙 등 당대의 명인들에게 다양한 춤을 배웠다. 1954년에는 서울 혜화동에 무용연구소를 개소해 선비춤의 맥을 이으며 전통에 기반을 둔 창작 무용을 선보였다.특히 고인은 무용 영재교육에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등에 30여년간 재직하며 이화여대 김명숙, 한양대 백정희, 창원대 김향금, 한국체대 강미선 교수 등 후학을 양성했다. 서울예전 교수, 국립무용단 지도위원,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초대 회장 등을 역임했고 ‘군자무’ ‘남색끝동’ ‘허행초’ ‘헌화가’ ‘연가’ ‘시집가는 날’ 등 10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차범석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은 “한국적이며 전통적인 그의 춤은 국내 무용계가 여성적이고 남자 춤도 중성화돼 가는 상황에서 남자 춤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켜왔다”고 추도했다. 빈소인 서울대병원에는 조경희 전 예총회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이종덕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 조흥동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육완순 현대무용진흥회 회장, 연출가 손진책, 무용평론가 장광렬씨 등이 조문했다. 유족은 부인 원필녀씨(44·한국 무용가). 장례식은 11일 오전 8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한국무용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이북5도 공원묘지. 02-760-2014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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