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렌즈에 '감성'을 담는다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51분


튠 혹스 '무제'
튠 혹스 '무제'
《사진은 더 이상 단순한 기록이나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사진은 그 어떤 장르보다 더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술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사진이 현대 미술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현대 사진의 정수를 감상하고 사진에 관한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마련된다. 12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제2회 ‘사진·영상 페스티벌-지금, 사진은’.

한국의 구본창 배병우 김수자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바네사 비크로프트, 스위스의 다니엘 뷰에티, 영국의 수잔 더지스, 독일의 안드레아스 거스키, 이탈리아와 영국의 2인조 길버트 & 조지, 네덜란드의 튠 혹스, 미국의 피셔 스푸너, 로버트 실버스 등 국내외 정상급 사진 작가 19명의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지금, 사진은’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1990년대 이후 사진 예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개념’ ‘아우라(aura)’ ‘확장’의 소주제로 나뉘어진다.

바네사 비크로프트 '바인 아트홀'
▽개념〓사진의 본질을 탐색해보는 코너. 현대 사진은 순간 포착보다 연출을 통해 작가가 무언가를 표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개념미술과 상통한다고 보고, 작가의 의도가 담긴 사진을 전시한다.

높은 곳에서 축구장의 모습을 찍은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암스테르담’이 대표작. 관중석에서 혹은 TV를 통해 바라볼 때, 경기장은 숨가쁘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거스키의 시선을 따라 위에서 바라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작은 섬처럼 떨어져 있는 선수들의 모습은 곧바로 ‘군중 속의 고독’을 연상시킨다. 그같은 반전(反轉)을 가져오는 작가의 시각과 의도가 매력적이다.

퍼포먼스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바인 아트홀(Kunsthalle Wein)’도 비슷하다. 조용한 아트홀 공간에 줄지어 서있는 나체의 젊은 여성들은 예상을 뒤엎고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작가는 통념을 뒤집는 사진으로 인간의 소외감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구본창 '태초에X'
▽아우라〓이 코너에선 촬영과 인화의 다양한 기법을 통해 새롭게 얻어진 예술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현대 사진이 감성의 예술임을 보여준다.

격자틀 위에 다양한 도시 관련 사진을 배치해 도시 속의 설치 미술과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길버트 & 조지의 ‘길’, 흑백 사진에 색을 입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튠 혹스의 ‘무제’,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 로버트 실버스, 그리고 인체 사진을 오린 뒤 그것을 박음질해서 이어 붙인 구본창 등. 특히 구본창의 인체 사진 ‘태초에 X’는 박음질이라는 기법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확장〓뉴미디어와 접목을 살피는 코너. 사진이 영상 등 뉴미디어와 접목하면서 어떻게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어 가는지 볼 수 있다. 피셔 스푸너는 행위예술 현장을 녹화해 이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편집한 사진을, 김수자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담아 그 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선보인다.

▽부대행사〓19, 20, 21일 오후 2시 현대 사진의 예술성과 기법에 관한 세미나가 열린다.

12∼21일 카메라, 사진집, 디지털사진 관련 전시가 마련되고 13일∼8월4일 매주 토 일요일엔 사진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된다. 02-720-1020, 3217-0233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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