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마니아인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추리소설을 4가지 장르로 구분한다. 범인이나 범행 수법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정통 미스터리,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스릴러,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한 역사 미스터리, 실화를 소재로한 범죄물이 그것이다. 장 부장에게 장르별로 추리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법을 물었다.
●미스터리는 작가와의 두뇌게임을 즐기라
셜록 홈스, 괴도 루팡 등이 정통 미스터리다. 작가는 범인이나 범죄 수법을 감추려 하고 독자는 미리 알아내려고 한다. 독자는 이 게임에서 이기고 싶어하지만 유능한 작가일수록 마지막에 가서 독자의 뒤통수를 때린다. 대개의 미스터리에서 용의자는 A, B, C 세 명이다. 단순한 독자는 A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추리에 자신있는 독자는 ‘다들 A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B야’라고 우쭐댄다. 결국 범인은 C로 드러나고 독자들은 ‘아차’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뛰어난 이유는 C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D나 E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스릴러는 주인공과 함께 막다른 골목까지 쫓길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 끝없이 도망가다가 마지막에 반전을 도모하는 장르다. 스릴러는 독자들을 억압해 무서움에 이르게 하는 심리적 기재들을 많이 사용한다. 온갖 고생 끝에 탈출해 마지막에 살아남았을 때 주인공이 느끼는 안도의 카타르시스를 함께 맛보라고 설정한 구도다. 한국인들은 이같은 심적 억압을 부담스러워한다. 한국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양들의 침묵’과 같은 성공한 스릴러를 찾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의 통쾌한 반전을 맛보려면 과정의 마음졸임도 커야 한다.
●역사 미스터리를 즐기려면 정사(正史)를 알아야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작가의 상상력으로 역사의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역사 미스터리다. 주변 지식이 있으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정조의 독살설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읽는다고 상상해보라. 소설과 실제의 역사를 비교해가며 읽는다. 소설을 읽은 뒤 정사를 찾아보며 ‘아, 그게 그 뜻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무릎을 치는 재미도 괜찮겠다.
●범죄소설은 에피소드를 즐긴다
실화를 소재로한 추리 소설이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처럼 미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면 작가의 상상력으로 범죄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범인이 잘 알려진 사건이라도 범행 동기 등 당시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막을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