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청소년 대상 공연물은 ‘낮은 눈높이’ 때문에 유치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가 ‘2002 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에서 선보이는 세계 최정상급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20∼28일 서울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남산 드라마센터 등지에서 열리는 ‘…예술축제’는 아시아권에서 처음 개최하는 행사다. 독일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등 국내외 10여개국 공연단의 수준높은 작품이 공연된다. 온 가족이 가볼 만한 이번 축제의 면면을 소개한다(도표 참조).
▽동양-복고의 현대화〓동양 작품들은 각 나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게 특징이다. 일본은 독특한 느낌의 전통극과 현대극 2편을 내놓았다. ‘토핀샨’은 팽이 동요 그림자 전래동화 등을 이용한 전통놀이극이다. ‘열일곱살의 뮤직박스’는 낙태 흡연 폭주족 등 청소년 문제와 뇌성마비에 걸린 도모꼬라는 소녀의 성장과정을 아우른다.
중국의 음악극 ‘행복한 새’는 영리하지만 게으른 새가 숲속 동물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는 내용의 음악극. 중국 전통극 형식을 띠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이 다양한 볼거리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스리랑카의 ‘모자 장수’는 모자 장수와 원숭이 떼가 두뇌와 육체를 이용해 대결하는 곡예 연기가 일품이다.
▽서양-첨단 기술의 접목〓서양은 기존의 연극에 첨단 테크놀러지를 가미하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에서 각각 출품한 ‘놋쇠 병정’은 안데르센 동화가 원작이지만 속내는 완전 다르다. 독일의 ‘놋쇠병정’은 2000년 독일 총리상 수상작으로 반구(半球) 형태의 텐트를 무대장치로 사용한 멀티미디어 그림자 인형극이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놋쇠병정’은 실제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인형 배우와 내레이션만으로 이뤄진 독특한 작품이다.
벨기에 작품인 ‘타이요’의 경우 지구 모양의 장치에 매달린 채 대사없이 우주와 인간의 역사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덴마크의 ‘햄릿’은 원형무대에서 2명의 배우와 2명의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원작을 새롭게 재해석한다.
화려한 의상의 광대들이 동물과 벌레와 함께 펼치는 러시아 서커스 뮤지컬 ‘추-하-하’와 일상생활 속에 발생하는 상황을 무언광대극으로 꾸민 스페인의 ‘일상’도 이채로운 작품들이다.
▽한국-전통적이고 이국적인〓한국의 아동청소년극도 외국 못지않은 수작들을 내놓았다. ‘교실 귀신’은 할배 귀신, 굶어 죽은 귀신 등이 한 남매를 만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징검다리’는 이질적인 두 마을이 우정의 징검다리로 화해와 평화를 찾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1년 넘게 장기 공연 중인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는 원작 동화의 틀을 깨고 난쟁이 반달이의 공주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이 진한 감동을 전한다. 극 중간에 푸른 천을 이용해 물속을 은유하고 큰 인형을 등장시키는 등 실험성도 강하다.
이밖에 분단의 아픔과 무차별적인 개발을 동물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내사랑 DMZ’를 비롯 무언극 ‘난타’ ‘스탬프’ 등 한국 정서를 살린 세계적인 작품들이 출품된다.
‘ASSITEJ’ 한국본부의 김우옥 이사장은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행사지만 성인극 못지않은 수준 높은 국내외 작품들을 엄선했다”며 “복고와 미래가 혼재한 세계 예술의 유행을 살펴보고 한국 공연이 나아갈 방향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한 작품 당 1만5000원이며 패키지 티켓도 판매한다. ‘…예술축제’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www.assitejkorea.org)나 전화(02-745-5861∼3)로 문의하면 된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아동 청소년 대상 주요작품 안내 |
작품명 | 일시 장소 | 내용 | 관람 연령 |
아들(영국) | 27∼28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 한 소년의 실종사건을 대형 스크린과TV 모니터 화면을 곁들여 풀어나간다. | 중학생이상 |
놋쇠병정(독일) | 24∼27일.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극장 | 안데르센 동화와 테크놀러지를 접목해 멀티미디어 그림자 극으로 꾸몄음. | 6세 이상 |
〃(아르헨티나) | 26∼28일.상명대 소극장 | 안데르센 동화를 인형과 내레이션만으로 재해석. | 5세 이상 |
타이요(벨기에) | 21∼22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 대사없이 인간과 우주의 역사를 코믹하게 표현. | 7세 이상 |
햄릿(덴마크) | 21∼22일. 학전 블루소극장 | 배우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 | 중학생이상 |
열일곱살의 뮤직박스(일본) | 25∼26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 청소년의 고민과 방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밝은 톤으로 묘사. | 〃 |
금강산 호랑이 잡기(일본) | 22∼23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 한국 민담을 소재로 호랑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 한국어로 진행. | 6세 이상 |
행복한 새(중국) | 27∼28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 새와 나무가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음악극. | 7세 이상 |
모자장수(스리랑카) | 27∼28일. 학전 블루 소극장 | 모자 장수와 원숭이 떼가 벌이는 해프닝을 곡예 연기로 소개. | 5세 이상 |
트푸와 푸자(이스라엘) | 27∼28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 오렌지의 러브 스토리를 의인화해 무용과 음악으로 표현. | 6세 이상 |
교실귀신(한국) | 27∼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어린 남매와 귀신들이 만나면서 과거와 현재를 돌아봄. | 〃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한국) | 22∼23일. 유시어터 | 원작 동화의 틀을 깨고 공주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을 전하는 난쟁이 반달이의 이야기를 다룸. | 〃 |
내사랑 DMZ(한국) | 25∼26일. 아룽구지 소극장 | 비무장지대에 사는 동물들의 입을 빌어 분단과 환경 파괴 문제를 묘사. | 전 연령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