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1012'프리틴들, 성역할 고정관념 흐려지고 남의 눈 의식

  • 입력 2002년 7월 18일 16시 06분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어요. 벌써 다 컸다고 말을 듣지 않는데 정말 어느 정도나 자란 걸까요?”

6학년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부모의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아버지를 비교하는 것도 이때다. 부모의 양육 방식에 불만을 제기해 부모 자식 간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모의 사랑스러운 ‘적’ 6학년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 수준의 평균치를 알아보았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없다〓6학년 남학생의 평균 키는 148.22㎝, 여학생은 149.06㎝로 여학생이 조금 크다. 평균 몸무게는 남녀 각각 42.72와 41.75㎏. 여학생은 4학년이 되면 생리를 시작하고 남학생은 6학년이 돼야 성기에 체모가 돋아나고 몽정을 한다.

남녀 모두 편한 바지 차림을 선호한다. 여름에는 종아리가 드러나는 반바지보다는 7분 바지에 민소매 윗옷을 즐겨 입는다. 과외 학습을 위한 방대한 자료를 담을수 있도록 메신저 백(크로스 백)을 매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남녀학생을 불문하고 성역할에 있어 ‘양성성’을 띤다. 2학년 때는 ‘남자는 힘이 세다’ ‘여자는 연약하다’ 등 성역할에 관한 고정 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6학년들은 ‘여자도 직장에 가야 한다’ ‘남자는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등 양성적 성향을 보인다. 6학년 여학생들 사이에서 ‘공주’ 옷차림은 ‘왕따’로 가는 지름길 정도로 통한다.

▽고학년일수록 ‘시켜야’ 공부한다〓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외재형)보다는 ‘몰랐던 것을 아는 게 기쁘기 때문에’(내재형)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2학년 1.37점, 6학년 1.48점. 2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내재형이다. 그렇다고 해서 ‘알아서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의 커다란 오해. 고학년이 될수록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해야 시작한다’는 쪽에 답하는 타율형이 많았다. 2학년 1.33점, 6학년 0.84점. 2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자율형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계획적인 공부보다는 시험에 임박해 공부하는 ‘벼락형’도 늘어났다. 벼락형의 증가는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습량과 소요시간의 관계에 대한 감이 늘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시간계산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에 ‘타율형’ ‘벼락형’ ‘무계획형’이 많은 편.

▽2학년보다 더 떼쓰는 6학년?〓학년이 올라갈수록 정서 조절 능력은 떨어진다. ‘동생이 낙서를 해서 내 숙제를 망쳐놓았다. 화가 나지만 참는다’는 문항에 2학년의 45%는 ‘항상 그렇다’고 답했지만 6학년은 13.1%만이 ‘항상 그렇다’고 했다. ‘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문항에도 2학년은 46.3%, 6학년은 29.7%가 ‘항상 그렇다’고 답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공부보다는 외모나 재주가 뛰어난 친구가 인기〓6학년들에게 좋아하는 이성 친구의 특징을 물었다. 6개 보기 중 1위는 ‘착한 친구’, 2위는 ‘나한테 잘해주는 친구’였다. 3위는 4학년때까지는 ‘공부 잘 하는 친구’지만 6학년이 되면 ‘예쁘거나 잘생긴 친구’로 순위가 바뀐다. 4위는 ‘재주 있는 친구’였다. ‘공부 잘 하는 친구’와 ‘선생님이 칭찬하는 친구’는 5위와 6위로 밀렸다.

▽숨은 의도도 읽고, 남의 눈도 의식한다〓‘가난한 남자의 부인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부인을 살려낼 수 있는 약은 단 한가지뿐이지만 약값이 너무 비싸다. 남편은 외상으로 약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남편은 결국 부인을 위해 약을 훔쳤다….’

도덕 발달단계를 알아보기 위한 이 질문에 ‘훔쳐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2학년은 20%, 6학년은 86.7%였다. 그 이유에 대해 6학년의 40%가 ‘죽어가는 부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심리학자 콜버그가 나눈 6가지 도덕 발달단계에 따르면 3단계 수준이다.

‘도둑질은 나쁘니까 하면 안된다’고 하는 수준이 1단계, ‘법을 지키지 않으면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는 이기심에 의한 분별력이 발동하는 수준이 2단계, 행위자의 의도나 남의 이목(아내를 죽도록 내버려뒀다면 남들이 욕할 것이다)에 주목하는 것이 3단계다. 부모로서는 야단을 치거나 설득을 할 때도 이런 도덕적 발달 정도를 고려해야 할 때다. “나쁘니까 하지 마”로는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도움말 및 자료〓이혜련 상담 클리닉 이혜련 원장, 지오다노 주니어팀 이혜정 팀장, 교육인적자원부 2001년 학생 신체검사 결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2001년 2차성징 시작시기 조사 결과, 한국교육개발원 이재분 박사의 2001년 초등학생의 지적 정의적 발달수준 분석 연구)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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