旗-깃발 기揭-걸 게 沌-기운덩이 돈 奧-깊을 오嚆-울 효 瀆-욕될 독
어느 나라든 國旗(국기)를 가지고 있다. 모양과 색깔은 다르지만 나라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국제적인 행사에서 國旗가 빠지지 않고 전쟁에서 고지에 國旗를 꽂는 것도 그것이 바로 國家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 직후 중앙청에 다시 揭揚(게양)되던 태극기를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나라마다 이름이 있듯 國旗에도 명칭이 있다. 星條旗(성조기·미국), 日章旗(일장기·일본), 五星紅旗(오성홍기·중국)…. 우리의 국기는 太極旗(태극기)다. 도안에 太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太極’은 周易(주역)에 보이는데 천지가 나누어지기 이전 混沌(혼돈)상태의 元氣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우주만물의 가장 궁극적인 근원으로 周易의 출발점이 된다. 즉 太極-兩儀(양의·즉 陰陽)-四象(사상)-八卦(팔괘)로 발전되며 八卦에 의해 인간의 吉凶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太極문양은 陰(푸른색)과 陽(붉은색) 兩儀가 각각 땅과 하늘을 상징하며 天地가 화합하고 그 사이에 인간이 있다는 天地人의 三才思想(삼재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四卦는 맨 좌측 상단의 乾(건·하늘)에서 출발해 시계반대 방향으로 離(이·불), 坤(곤·땅), 坎(감·물)卦로 배열되어 있는데 각기 正義(정의), 光明(광명), 豊饒(풍요), 智慧(지혜)를 상징한다. 여기에다 흰색 바탕은 청결과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 담고 있으니 한 마디로 太極旗에 弘益人間(홍익인간)의 정신이 압축되어 있는 셈이다. 이처럼 深奧(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國旗를 가진 나라가 또 있을까.
1882년 朴泳孝(박영효)가 일본에 修信使(수신사)로 가면서 太極도안의 旗를 사용한 것이 太極旗의 嚆矢(효시)라고 한다. 그러나 규격이나 형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여러 형태로 사용되다가 1949년 2월에 세부내용이 규정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國旗는 國家의 상징이므로 그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작과 취급, 揭揚에 이르기까지 법률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冒瀆(모독)한 경우 형법으로 다스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우리가 태극기를 대했던 마음은 愛情(애정)과 親密(친밀)보다는 敬虔(경건)과 崇仰(숭앙)이 더 강했다. 그래서 서양과 달리 國旗의 일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太極旗가 생활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다. 다 축구 덕분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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