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나정태 개인전 ‘돌속의 화가들’ 8월22일까지 영은미술관

  • 입력 2002년 7월 19일 17시 53분


전시장에 들어서면 돌 30여점이 놓여있다. 언뜻 보면 수석(水石) 전시회라는 느낌이다. 분명 작가의 개인전인데,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자연 상태의 돌만 눈에 들어온다. 웬 돌인가 싶어 좀 가까이 다가가면 그 돌의 형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돌은 고흐의 얼굴이고, 어떤 돌은 잭슨 폴록의 얼굴이다. 보통 돌이 아니다.

8월22일까지 경기 광주시 쌍령동 영은미술관에서 열리는 나정태의개인전 ‘돌 속의 화가들’은 이처럼 이색적이다.

유명 미술가들의 얼굴이나 그들의 작품 속 등장인물과 흡사한 돌을 골라 한데 모은 흥미로운 전시다. 돌들은 자연 상태의 나무 받침대 위에 올려 놓았고 그 뒤로 관련 화가의 인물사진이나 작품 사진을 걸어놓았다.

고흐의 고뇌하는 얼굴을 닮은 돌, 상념에 빠진 잭슨 폴록의 얼굴 모습을 한 돌, 베르나르도 뷔페의 얼굴과 닮은 길죽한 모양의 돌,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전쟁의 예감’에 나오는 얼굴과 거의 똑같은 돌, 그리고 피카소 클레 자코메티 이중섭 얼굴을 닮은 돌 등등. 나씨가 10여년간 전국의 산천을 돌면서 수집한 돌 100여점 중 30여점을 엄선한 것이다.

화가들의 고뇌와 그들 작품의 특징을 포착해 그것과 흡사한 돌을 골라낸 작가의 직관과 감각이 돋보인다. 작가의 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자연 상태의 모습을 훼손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반성이다. 내가 수집하는 돌은 창조주가 만들었던 원래 모습 그대로다. 순수하고 원초적인 생명의 모습이다. 그것을 통해 인간 존재를 돌아보고 싶었다.”

1992년 청와대 접견실 벽화그림을 그리기도했던 나씨는 중진 한국화가. 그가 그림을 잠시 뒤로 하고 돌을 수집해 전시하는 것이 과연 예술행위일까 궁금했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는 “비록 자연상태의 돌이지만 그것을 수집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것 역시 분명 창조적 예술행위”라고 자부한다. 031-761-0137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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