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천 영화제는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며 ‘마이너리티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5만7806명으로 지난해 3만9068명에 비해 48%가 증가했고 37개국 173편의 상영작 중 53%가 상영 전에 매진됐다.
이전에 비해 스타 감독이나 배우가 오지 않은 이번 영화제가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마니아 영화’를 집중 편성하면서 대중적인 영화도 홀대하지 않은 ‘운용의 묘’ 덕분.
헤르너 헤어조크(독일) 피터 잭슨(뉴질랜드) 미이케 다카시(일본) 등 ‘B급 영화’ 대부들의 특별전과 함께 개, 막폐작은 각각 ‘슈팅 라이트 베컴’과 ‘폰’ 등 지극히 대중적인 영화를 내세워 일반 관객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상영작의 ‘냉과 온’을 구분한 게 주효했다”며 “지난해의 경우 마약 중독을 묘사한 ‘레퀴엠’을 개막작으로 상영해 일반 관객들에게 ‘부천 영화제는 소화하기 버겁다’는 인상을 줬다”고 말했다.
개막 직후 부천영화제는 마이너리티 영화제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영화제측은 개막 직전까지 해외 영화사를 설득해 피터 잭슨의 ‘천상의 피조물’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화제작을 상영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 상업 영화만으로 국내 영화팬들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부천 영화제가 보여줬다”며 “개인적으로도 미이케 다케시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감독의 영화를 통해 시선을 넓힌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또 감독과 평론가, 영화팬들이 함께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 ‘메가토크’는 세미나와 토크쇼를 버무려놓은 듯한 스타일로 관심을 모았다. 장편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피도 눈물도 없이’의 영화배우 이혜영은 “부천 영화제는 단지 영화를 보여주기보다 영화를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국내 영화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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