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터뷰]'연애시집' 펴낸 섬진강시인 김용택씨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39분


‘연애시집’(마음산책)의 첫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연애란 말에서는 봄바람에 실려오는 햇풀 냄새가 난다.’

“연애란 말이 간단한게 아녀. 연애란 말이 굉장히 그립더라고. 옛날 생각도 나고. 요샌 다 ‘사귄다’고 하잖어. 연애란 건 결국 자세히 보는 것이여. 내 몸처럼, 나처럼 생각해주고, 귀하게 여기고, 성실하게 대하고, 거짓이 없어야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연애1)

까맣게 그을린 얼굴 가득,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은 시인 김용택씨(54·사진)에게서 흙과 풀, 꽃내음을 맡았던 듯도 싶다. 그가 대표로 있는 시노래모임 ‘나팔꽃’ 식구들과 서울의 한 잡지사 축구팀과의 축구경기를 위해 17일 서울에 온 시인을 광화문에서 만났다.

“지난해 가을 어느날부터 한동안 정말로 정신이 없이 시를 썼어. 2주 동안 30여편을 썼으니께. 내 눈에 담겼던 것들이 다 시가 돼서 나왔어. 시를 쓰는 일이 재밌어. 얼마나 신나고 재밌다고. 안사람이 나더러 시를 쓸 때 갑자기 사람이 변해 버린대. 쳐다도 안보고. 그러고 나서 한동안 시는 잊어불고 살어.”

‘크게 자랑할 것도, 빼어나지도, 그렇다고 어려울 것도 없는’(거미줄을 타고 세상을 건너는 이슬방울) 그의 시에는, 자연과 교감하는 시인이 길을 가다 허리를 굽혀 하얀 탱자꽃 꽃잎을 집어 드는(그대생각1) 그 마음이 담겨있다. 그에게 연애의 대상은 사람이자 강물이며, 꽃과 풀, 달빛을 아우른다.

“어머니가 ‘얘기는 다 거짓부리, 노래는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곤 혀. 어쩔 때 유행가를 들으면 절절하잖어. 황지우도 시는 ‘고백’이라고 혔어. 시는 ‘고백’이여. 근디 나는 나이가 좀 더 들어야 하나봐. 세월의 경험이나 연륜이 아직은 아닌디. 철이 없어 갖고. 예순살이나 먹어야 뭔가 좀 보일랑가.”

전북 임실군 덕치면 덕치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그는, 올해 2학년 일곱 꼬마들의 ‘선상님’. 교사생활도 30여년이 넘었다. “유일한 여학생인 산영이가 인터넷에서 ‘김용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찾았다”며, “가끔 나 대신 소식을 전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고 껄껄 웃는다.

‘나는/ 아홉 살이나 열두어 살 먹은 아이들 앞에 서서/ 까만 머리를 허옇게 쓸어 넘기며 잘 살았다고 말하며 웃고 싶다’(나)

“아이들은 생각이 굳어버린게 없으니께 갸들 덕분에 늘 생각이 자유로워. 아이들은 사물을 매번 새로운 눈으로 보잖어. 그런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