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훼손〓2000년 말 경주 불국사 다보탑(국보 제20호)의 석재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성비와 바닷바람의 염분으로 인해 탑의 강도가 약해졌고 탑 기단부에 이끼가 많이 끼었으며 빗물 등으로 인해 석재 곳곳이 균열돼 전체적으로 탑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감은사터 동탑의 경우는 1996년 해체 보수 과정에서 불완전하게 복원되어 훼손을 가져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석재가 약화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도굴꾼에 의한 훼손〓2001년 3월엔 도굴꾼이 전남 구례 연곡사 부도(국보 제54호)를 무너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상륜부의 부재들이 땅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부서지지는 않아 다시 복원할 수 있었다.
도굴꾼들이 탑과 부도를 도굴하는 것은 탑과 부도 속에 안치된 불경 불상 사리함 등의 문화재를 훔치기 위한 것. 그러나 고달사터 부도는 1962년 이전에 이미 도굴된 적이 있는 데도 이번에 도굴꾼들이 다시 도굴을 시도하는 바람에 탑의 일부가 훼손됐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이번에 고달사터 부도를 도굴하려 한 사람들은 아마추어 도굴꾼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술한 보존 대책〓수많은 국보 보물 등의 석조문화재가 훼손되고 있지만 국가 기관 내의 석조문화재 보존처리 전문 인력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학예사 1명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거의 없는 실정. 이 같은 인력으로 전국에 산재한 석조문화재를 보존처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또한 도굴꾼들로부터 석조문화재를 지켜낸다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탑이나 부도는 산중의 한적한 곳에 주로 위치해 일반인들의 발길이 별로 닿지 않는 데다 관리인력이 절대 부족해 도굴꾼들의 도굴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석조문화재에서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유물을 도굴할 경우 이를 밀매해 수천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도굴꾼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석조문화재가 일단 훼손되면 긴급 보수를 하고 부서진 석재를 접착한다고 해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특히 감은사지 동탑의 경우, 화강암과 달리 강도가 약한 응회암이어서 보존이 더욱 어려운 지경이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대책이 중요하다. 한 건축사학자는 “산성비의 정도나 석재의 훼손여부, 강도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인 김수진 서울대 교수(지질학)는 “불국사 다보탑의 경우처럼 훼손이 감지되면 탑을 해체 복원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관리 인력도 증원해야 한다. 특히 문화재청과 각 사찰, 그리고 문화재 관리 자원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탑과 부도를 매일 매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