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문법서인 이 책은 기원전 5세기에 파니니가 기록한 것으로, 이번 한국어판은 영어 독어 불어 일어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 언어로 번역된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이는 전수태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사진). 그는 이 번역본 발간이 단지 산스크리트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파니니 문법의 기술 방법을 원용해 세대를 뛰어 넘어 살아 남을 수 있는 문법서를 만들고 이를 한글에 적용해 한글을 세계화하는 도구로 쓰기 위한 것입니다.”
산스크리트어는 현재 인도에서 구어(口語)로는 사어(死語)에 가까운 상태이지만 문어(文語)로는 파니니에 의해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고 평가된다.
“현재의 문법은 의미론 형태론 문장론 품사론 등으로 나눠서 기술하지만 파니니 문법은 통합 방식으로 기술합니다. 파니니 문법은 약 10만개의 산스크리트어 문법 규칙 중 정선된 3983개를 노래처럼 부르며 어휘와 문법을 함께 익히도록 했습니다.”
한국에서 산스크리트어 문법에 일찍 주목한 이는 김민수 고려대 명예교수(국어학)였다. 그는 15년 전부터 파니니 문법의 우수성을 한글에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고 이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모여 ‘대장경파니니연구회’란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김 명예교수와 전 연구관 외에 고려대 최호철, 서남대 이윤표, 원광대 최경봉 교수, 이준석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사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파니니 문법의 판본 중 가장 정리가 잘 된 불어판을 저본(底本)으로 번역하기로 했고 불어를 잘 하는 전 연구관이 번역을 전담했다.
이들은 이미 ‘고려대장경의 고전범어 문법 연구’, ‘파니니 문법의 규범생성 문법’(월인) 등의 연구서를 내놓았고, 파니니 문법의 기술 방식에 따라 한글의 문법도 운문으로 정리해 창(唱)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은 국어학 연구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고, 훗날 도전해 볼 만한 일이었다는 평가도 받을 것입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