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은 이 인명록을 근거로 졸업자 중 여학생수 변화추이, 거주지별 졸업자 분포 등을 분석했다. 특정 학교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해방 이후 대졸의 사회적 변동상을 볼 수 있는 방대한 1차 자료인데다가 서울대 출신이 각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비춰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대 인명록’을 기본 자료로 하되 서울대 대학본부가 조사한 단과대별 졸업생의 성별 수(1947년∼2002년 2월)를 참고해 분석했다.》
‘2002 서울대 인명록’ 수록자는 1945년 이후 2001년 2월까지의 서울대 학석박사(정회원)와 이수 또는 중퇴자(준회원). 2001년 12월∼2002년 5월에 동문의 주소와 직장을 위주로 조사했다. 그 결과 학부 졸업생 중 거주지가 파악된 사람은 10만9059명.
인명록 제작 실무를 맡은 한우리정보인쇄(hanwoori.info) 측은 사상 처음으로 대학 졸업생 현황을 통계처리가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국사학과 졸업자 100명 중 14명꼴로 현직 교수
서울대 출신 가운데 회사원을 제외하면 교수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분석 결과 100명당 약 8.4명이 교수로 나타났다.
정규 초중등교육과정을 마친 뒤 대학에 입학한 사람으로서 2002년 교수 정년을 맞는 사람들은 1960년 졸업자. 1960년 2월∼2001년 2월 학사졸업자 중 직장을 밝힌 11만8551명 가운데 4년제 대학의 현직 교수는 9958명으로 집계됐다.
국문과 국사학과 등 이른바 ‘국학(國學)’ 전공의 교수 배출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69년 사학과에서 분리된 국사학과는 조사에 응한 졸업자 388명 가운데 54명(13.9%)이 교수였다. 국문과의 경우 60년 이후 졸업자 878명 가운데 111명(12.6%)이 교수였다. 이 대학 국문과 송철의 교수는 “두 학과의 경우 해방 이후 거의 대부분의 종합대에 관련 학과가 창설된 점이 교수 비율을 높인 중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학과의 경우 교수 임용에 ‘유학 경력’의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박사 비율 0%에서 20%대로
첫 졸업자를 배출한 1947년 이후 올 2월까지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는 1만3399명. 이 중 여성은 1618명(12.1%). 60년까지 서울대 여박사는 한 명도 없었으며 70년까지는 매년 1∼4명(약 1∼2%)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박사는 87년 10%대(12.6%·37명)를 넘어섰고 2000년에는 20%를 넘어섰다(2000년 20.2%·172명).
여성 석사의 경우 올 봄 졸업자가 30%대에 들어섰다(32.2%·593명). 61년까지는 5% 미만이었다.
여성 학사의 경우 1986년 졸업자가 1156명(24.1%)으로 20%를 처음 넘어섰다. 이 해 여성졸업자는 대개 1982년 입학자로 첫 학력고사 응시세대다. 81년 입학자도 학력고사의 전신인 예비고사만으로 입시를 치렀으나 본고사 폐지가 80년 7월 결정된 점을 감안하면 ‘절반의 학력고사’세대라 할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학의 난이도가 높은 본고사가 폐지된 것이 여학생 수를 늘린 주요인의 하나라고 풀이한다. 86년 이후 이 학교 학부과정의 여성 졸업자 비율은 2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 시민 1만명당 서울대 출신 26명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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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2001년 2월까지 전신인 경성제대를 포함한 학부 졸업자 가운데, 집 주소가 파악된 생존자는 10만9059명. 15개 시도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서울로 6만2949명이었다. 경기도가 2만589명으로 그 다음이고 인천 2253명으로 졸업자의 10명 중 8명 정도(약 78.7%)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세 번째로 많이 거주하는 곳이 대전(3521명)이라는 점이다.
인구 1만명당 서울대 졸업생 수를 따져도 서울이 63.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대전으로 25.7명. 이는 자연대 공대 출신들이 각종 연구소 벤처기업이 밀집한 대전 대덕밸리에 거주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졸업생 수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도(378명). 그러나 인구 1만명당 7.4명으로 부산 7.9명, 광주 8.6명, 울산 6.0명, 강원 7.1명, 충북 7.4명 등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다. 서울대 출신은 수도권과 대전 외에는 특별한 ‘거주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사 대상자 중 5175명(약 4.7%)이 유학 또는 이민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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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반포동에 많이 살고, 압구정동에 가장 밀집
학부 출신은 서울 강남구에 1만843명으로 서울의 각 구 가운데 가장 많이 산다. 이어 서초구(8989명) 송파구(5612명)의 순이었다. 범 강남 지역 외에는 관악구(5544명) 동작구(2813명) 양천구(2727명) 영등포구(2359명) 마포구(1999명) 서대문구(1986명) 노원구(1912명) 등의 순이었다.
한편 수도권 중산층 거주지역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고양시 일산구에는 각각 4995명, 2409명이 살고 있다.
전국에서 서울대 학부 출신이 가장 많이 사는 동은 이 대학 소재지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3003명). 이는 갓 졸업한 이들의 상당수가 대학원 진학 등의 이유로 이곳 하숙촌이나 고시원촌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003명 중 95년 이후 졸업자는 1354명, 주로 고시원생으로 추정되는 ‘직장 미상자’는 1115명이었다. 대학원생이거나 교수 연구원인 신림동 거주 졸업자는 608명이었다. 단과대별로는 공대 768명, 사범대 450명, 사회대 졸업생이 413명이었다.
신림동 다음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2551명). 신림동이 학교 소재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포동에 가장 많은 셈이다. 이곳 거주자의 직종은 교수, 교사, 대학 강사 등 교직자가 345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체 임원이 315명으로 두번째, 법조인 변리사 회계사 등 행정고시를 제외한 고시 출신자가 185명으로 세번째였다. 단과대별로는 공대 496명, 법대 310명, 사범대 245명의 순서였다.
한편 전국 각 동 단위 인구 1만명당 서울대 출신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이 636.7명으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였다. 서울에서 밀집도가 가장 낮은 한 구(1만명당 13.3명)보다 48배 많았다. ‘신흥 입시학원가’로 떠오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1만명당 263.9명이었고, 반포동 238.8명, 신림동 103.3명이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禁女의 성' 수의대 2000년엔 '女超'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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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대학본부의 졸업생 현황에 따르면 47년 서울대 첫 졸업자 215명과 이듬해인 48년 졸업생 331명은 전원 남성이었다.
49년에 첫 여성졸업자가 배출됐다. 사범대 8명, 법과대 1명이었다. 문리대와 상대는 각각 50년(5명) 52년(2명)에 첫 여성 졸업자를 냈으며 공대는 54년(5명)에 첫 여학사가 배출됐다.
수의과대는 가장 오랫동안 ‘금녀학교’로 인식됐다. 90년대에 들어와 수의과대의 여학생수가 급증해 2000년에 입학한 본과 1학년의 경우 처음 정원의 절반을 넘었다(52%·22명).
이흥식 서울대 수의과대 학장은 “사회적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여학생들이 졸업 후 수의사라는 전문 자유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남학생 지망자가 없어 ‘금남학교’로 여겨지던 생활과학대(옛 가정대)의 경우 89년 첫 남성 졸업자가 나온 후 91년부터 꾸준히 늘어나 2001년 10%를 넘었다(10명·10%). 올 2월에는 남성 졸업자가 14%(12명)였다. 소비자 성향파악(소비자아동학부), 의상 디자인(의류학과), 등의 영역이 ‘여성의 일’에서 유니섹스적인 분야로 사회적 통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간호대는 95년 첫 남성 졸업자를 냈으나 이후에도 매년 1, 2명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와 올해 졸업자 가운데는 남성이 없다. 간호대는 올해 남성 입학자에 대해 ‘장학금 우선 지급’ 등의 우대조건을 내걸었지만 1명의 남학생이 입학했을 뿐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