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나이 마흔 '제2의 사춘기'

  • 입력 2002년 7월 25일 16시 11분


40대 초반의 이모씨. 그는 요즘 우울하다.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고 압박감은 또 왜 그렇게 큰지 모르겠다. 갈 길은 아직 먼 데 힘은 다 소진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그런 심정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그럴 만한 상대는 아내뿐이지만 역시 쉽게 얘기를 꺼내게 되진 않는다.

“집사람 성격이 좀 예민한 편입니다. 그 동안에도 힘들다는 얘기 같은 건 못 꺼내봤습니다. 그렇게 쭉 입다물고 있다가 이제 와서 나 힘들어 죽겠다고 해봤자 그 사람이 이해할 리 없죠.” 그의 말이다.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도 심각한 얘긴 서로 안하는 편입니다. 한잔하고 가볍게 어울릴 때나 좋지, 징징 짜봤자 좋아할 사람 없으니까요. 다 서로 고단한 인생 아닙니까?”

서른 아홉에서 마흔 사이에 그는 제2의 사춘기 비슷한 것을 겪었다. 허무하고, 마구 어딘가로 내달리고 싶고, 깊은 격정이 마음 속에서 들끓었다. 그에게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분기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테식 표현을 빌리자면 욕망을 버리기엔 너무 젊고 그걸 갖고 있기엔 다소 벅찬 느낌. 어깨의 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데 다리의 힘은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도 같았다.

“아마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행동으로 옮길 건 아무것도 없었죠. 그냥 마음 속에서만 전쟁을 벌이다가 곧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1, 2년은 괜찮았는데 요즘 다시 일종의 정신적 패닉이랄까 하여튼 뭐, 그 비슷한 증세가 오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40대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쉽지 않은 나이이다. 연로한 부모님 모시랴, 대부분 10대인 아이들 뒷바라지에도 품이 제일 많이 들어가는 때이다. 회사에서도 아래 위로 압박이 심한 샌드위치 신세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아직 가야할 길은 먼 데 젊은 날의 열정과 희망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편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런 때일수록 기본을 돌아보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내 삶에서 기본이 무엇인가? 바로 나와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 아니던가. 그러므로 다시 한번 나 자신에 대해 숙고해 보고, 정체성을 되짚어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잘 지내보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다.

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