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남자의 머릿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섹스, 섹스, 섹스….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남자의 두뇌는 좌뇌 우뇌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99%의 섹스를 생각하는 뇌와 1%의 사용하지 않는 뇌로 구성되어 있다는 조크도 있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비주얼 조크도 꽤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환상적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 주는 브라질의 크리에이티브가 그 남자의 머릿속을 해부했다. 상파울루의 ‘피셔 저스터스 커뮤니케이션 토털’이 제작한 포르노 잡지 ‘섹시 매거진 (Sexy Magazine)’ 광고를 보자. 남자의 머릿속이 온통 여성의 나체로 가득하다. 섹스에 그토록 집착하는 남자의 심리를 적확한 한컷의 그림에 담아냈다. 여자 나신의 보드랍고 볼륨있는 질감을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뇌의 결과 결부시킨 한치의 군더더기도 없는 아트워크가 돋보인다. 잡지의 상단 3분의 1정도만 보이도록 손길이 간 레이아웃은 오히려 엿보기의 포르노적 쾌락을 부추긴다. 카피는 “남자의 마음 속에 무슨 일이 꿈틀대고 있는지 압니다.” 섹스에 관한 한 남자는 발정난 수캐일 뿐이라는 투다. 섹스로 치닫는 남자의 백치 같은 저돌성을 두뇌의 해부학으로 풀어냈다.
그렇다. 섹스 앞에서 남자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리비도(Libido)만 남은 동물이 된다. 백악관에서 시가로 성적 유희를 즐겼던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그의 연인 카밀라 파커 볼스에게 자신이 그녀의 탐폰(삽입식 생리대)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시가와 탐폰, 이 두 가지는 남자가 섹스 앞에서 얼마나 유치하게 무장해제 되는 지를 알려 주는 메타포다. 세계를 움직이는 나라의 대통령과 왕세자가 그런 행동과 언행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성으로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 순간만큼은 발정난 수캐다.
섹스 산업이 날로 번창하는 것도 결국은 남자의 리비도라는 마르고 닳지 않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춘화에서 비디오 영상으로, 이제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영상으로 매체는 달라져도 변하지 않고 전파되는 초특급 콘텐츠는 역시 섹스였다. 스포츠 신문을 펼쳐 보자. 폰섹스 광고엔 어김없이 여성이 등장하여 그 광고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과 눈을 맞춘다. 마치 최면을 걸듯이…. 굴하지 않는 산업의 뒷면엔 굴하지 않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남자에게 섹스는 강박이다. 강박은 사람을 유치하게 만든다. 섹스라는 목적를 달성하기 위한 저 맹목적 몸부림! 섹스에 관한 한 남자는 아메바다.
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