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명지대서 탁본감정 기법 강의 中 스안창 연구원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40분


중국에서 유통되는 비석 탁본(拓本)은 수만점이 넘는다. 그 중 상당수는 가짜다.

중국인이건 외국 관광객이건 중국 문화 유적지의 관광 상품 코너의 탁본은 대부분 가짜라는 게 통설. 일반인들은 그 진위를 판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람 앞에서는 가짜가 맥을 못춘다.

중국 최고의 ‘비첩(碑帖·탁본) 감정’ 전문가인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스안창(施安昌·57) 연구원 주임(학예연구실장 격).

그는 이달 중순부터 중국 비첩 감정 1000여년 역사를 통해 개인에서 개인으로만 비전(秘傳)되어온 ‘가짜 탁본 감정’의 노하우를 서울에서 전수하고 있다. 이달말까지 매일 명지대 예술품 감정학과에서 ‘비첩 감정’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전문가인 그가 한국 탁본도 감정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제가 한국 탁본을 감정하는 게 아니라 탁본 감정의 공통적이고 필수적인 방법론을 과학적으로 가르칩니다. 중국과 한국은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에 내 방법론과 감정 기법을 통해 진위 감정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소개한 한 가지 비법.

중국 수나라때까지는 비석에 묘(墓)자를 새길 때, 묘자 옆에 점을 찍었으나 당나라 때부터는 찍지 않았다. 수나라 이전의 탁본 진품을 보지 못한 위조범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리 없다. 특히 중국은 탁본을 국가가 관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스안창 연구원은 베이징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국어 교사를 하다가 32세의 나이에 뒤늦게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들어가 비첩 감정을 공부했다. 중국 비첩 감정의 최고봉이었던 마즈윈(馬子雲)을 사사하고 중국 각지의 비첩을 찾아다니면서 권위자로 자리잡았다.

그는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역사를 보는 안목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탁본은 단순한 글씨를 찍어내는 게 아닙니다. 그곳엔 당대의 정치 생활 문화 역사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탁본 감정은 곧 당대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스안창을 초대한 이동천 명지대 교수는 “한학자 임창순 선생이 타계한 이후 국내 탁본 감정의 맥이 끊긴 상태”이라며 “이번 강의로 탁본 감정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스안창은 다음주 국내 국공립 박물관을 찾아 박물관에 소장중인 중국 탁본을 감정하면서 강의를 마칠 생각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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