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교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모교인 숭실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26일 승소한 박지주(朴志珠·31·여·사회사업학과 4년·사진)씨는 침착하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인 박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결핵성 척수염을 앓아 하반신이 마비된 이후 줄곧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왔다. 중학교 2학년 때 몸이 아파 휴학한 뒤 복학하려고 했지만 학교 측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자퇴를 종용해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이후 박씨는 ‘장애인의 인권 향상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검정고시를 거쳐 98년 어렵게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생활은 하루 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이 없는 건물에서의 강의는 고통이었고 종종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학교 측에 수 차례 도움을 호소했지만 답변은 언제나 “조금만 기다려라”였다. 결국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지만 주위의 반응은 싸늘했다.
“어떤 교수님은 ‘돈 몇 푼 벌려고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말라’고 하셨고 ‘장애를 팔아먹지 말라’는 선배도 있었죠. 억울했지만 나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박씨는 “장애는 스스로 극복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극복과 성공의 이데올로기’가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하게 만든다”며 “이번 승소를 계기로 더 많은 장애인들의 권리 찾기 소송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여성 인권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박씨는 “장애인들을 삐딱한 시각으로만 보지말고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봐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