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회’ 설립 기아퇴치 주도 막사이사이상 받은 법륜스님

  • 입력 2002년 7월 30일 18시 46분


법륜스님 - 사진제공 정토회
법륜스님 - 사진제공 정토회
“개인적으로 영광스럽지만 내가 한 일에 비해 큰 상이라 부끄럽습니다.”

29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의 평화 및 국제 이해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된 법륜 스님(法輪·49·정토회 지도법사).

스님은 지난주 인도 뭄바이 근교의 한 명상센터에서 침묵 수행을 하다 수상 소식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수상을 사양하려고 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뒤 명상을 하다 아직 마음속에 갈망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의 평정도 이루지 못했는데 무슨 평화상을 받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상은 내 개인이 아니라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북한 난민을 도와온 민간 단체들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바꿨습니다.”

24일 인도에서 귀국한 스님은 현재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회원 50여명과 수행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 수행과 사회 변화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면서 “개인의 변화에서 얻은 에너지를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거꾸로 사회의 힘이 개인 수행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1988년 ‘정토회’를 설립해 환경운동을 주도해왔으며 93년부터 국제 기아 질병 문맹퇴치 민간기구인 한국JTS(Join Together Society) 이사장을 맡아 북한 어린이 1만여명에게 옥수수와 설탕 등을 보내는 등 나눔의 손길을 펼쳐왔다. 94년 인도 북부 둥게 스와리의 천민촌에 수자타아카데미를 설립해 미취학 아동 및 초중학교 어린이들을 먹이고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그의 기아 질병 문맹 퇴치에 대한 서원(誓願)은 확고하다.

“적십자는 적(敵)도 치료합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군인이 다시 총부리를 겨누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인간의 기본권은 이념과 국적을 떠나 지켜져야 합니다. 당장 굶어죽는 북한 아이를 둔 채 이 쌀이 군량미가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상은 편협합니다. 특히 요즘은 쌀이 몇백만섬씩 남아돌아 돼지 사료로 쓰겠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99년부터 ‘쓰레기 0’ 운동을 펼쳐온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정토회 사무실 내 일부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다. 뒷물이 휴지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륜 스님은 “문경의 정토수련원 화장실에서는 약간의 휴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도 점점 고쳐나갈 생각”이라며 “환경과 북한난민돕기 운동은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 아름답게 살자는 정토(淨土) 운동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막사이사이상▼

1957년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필리핀의 전 대통령 라몬 막사이사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 1958년 3월 1일 록펠러재단이 제공한 50만달러를 기금으로 막사이사이재단을 설립해정부 공무원, 공공사업, 국제협조 증진, 지역사회 지도, 언론문화 등 5개 부문에 걸쳐 시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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