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립국제고교 학생들. 아르바이트, 학원, 휴대전화, 영어숙제, 토익, 운동부 활동 등이 여름방학을 보내는 이들의 화두다. 도쿄〓조인직기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올해 4월부터 각급 초중고교에 주5일 수업과 특별활동수업 강화, 필수이수교과목 단축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토리 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지나친 학습부담이 학생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이유. 기성세대는 학력저하를 우려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뜻대로 시간관리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분위기다.
국제고교는 재학생 705명 중 300여명이 일본과 미국의 유수대학에 진학하는 등 도쿄도내 공립학교 중 최고수준의 학력을 자랑한다. 144명이 해외에서 1년 이상 살다 온 ‘귀국자녀’이며 일본국적이 아닌 학생도 한국인 10명을 포함해 55명이나 된다.
(참석자:후카사와 노에·3년, 박정미·재일교포·1년, 스기타 히로미·1년, 이시즈카 아유미·2년, 다카하시 노조무·2년)
-고3이라 학원에 안 다닐 수 없어요. 내년 2월 대입까지 반년밖에 안 남았잖아요. 이과계통으로 진학하려 하는데, 근방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SEG(Science Education Group)’ 학원에서 화학과 생물을 배워요. 도쿄대나 도쿄공대 출신 선생님들이 모여 만든 거래요.
-반에서 한 70%쯤 다니나? 90분짜리 한 과목 들으면 2만엔(약 20만원), 여러 과목을 들으면 10만엔(약 100만원)까지 지출하는 애들도 있어요. 부모님이 아주 싫어해요.(웃음)
-처음엔 주 5일씩 수업하니까 토요일에는 매일 집에서 놀았는데 요즘은 할 일이 더 많아요. 학교 근처 도쿄대 교양학부 캠퍼스에서 토요일마다 고교생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열거든요. 문화사, 정치학 같은 것…. 교수님들이 진학상담도 해 주시고….
-저는 편하게 미용실에 갈 수 있어 좋았어요. 여자애들에게도 요즘 ‘베컴머리’가 인기거든요. 제대로 하려면 3시간쯤 걸리지만 오전에 가면 한산해서 좋아요.
-안정환 머리를 하는 애들도 봤는데…. 한국선수들은 ‘심각해 보이는 표정’이 특히 멋있어요.
-선생님들이 일부러 숙제를 예전보다 더 많이 내줘요. 토요일은 그래서 ‘숙제의 날’이에요. 영어 한 과목만 해도 ‘오즈의 마법사’ ‘동물농장’을 읽고 독후감 써라, 숙어와 구문연습해라 하고 안 해오면 바로 감점해 버려요. ‘스피드’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고 지문을 써 오라는 숙제도 내줘요.
-직접적인 대학진학과는 상관없지만, 요즘은 학교별로 추천입학제도가 많아져 내신성적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저는 재일동포인데 방학 때 한국어를 마스터하려고 해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다음으로 제2외국어로 제일 인기가 많은 과목이 한국어죠.
-집이 비교적 가까워서 학교에 오는 데 50분밖에 안 걸려요. 토요일마다 학교 수영장에 나와요. 육상 야구 축구 테니스 검도 배구도 할 수 있어요. 캐치볼 수준이긴 하지만 여자애들도 야구를 많이 하고요. 치어리더부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봐야 되지만….
-취직시험에서 영어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회사가 갈수록 늘고 있대요. 학교에서 아예 9월부터 1년에 몇 번씩 단체로 시험을 보도록 해서 긴장돼요. 전에는 ‘영어검정시험’(국가에서 급수를 정해 영어능력을 인정해 줌)만 치면 됐는데. ‘귀국자녀(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은 900점이 넘는 애들도 있어서 더 노력하지 않으면….
-스위스에서 살다 와서 영어나 프랑스어는 자신있지만 여전히 문법이 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서술식이 많은 와세다나 조치(上智)대에 가려면 문법 숙어 구문 참고서를 각 1권씩 독파해야 돼요.
-방학이 되면 ‘공부회(스터디클럽)’을 만들어 학교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애들도 많아요. 또 좋은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방학 때도 ‘새벽공부’에 힘을 쓰고….
-영어는 6그룹으로 분반해 수업해요. 아주 잘하는 1그룹은 원어민 선생님과 토론수업만 하고, 2그룹도 어려운 독해책과 문법책을 보고…. 대부분 3, 4그룹에 속해 있어요.
-아직은 1학년이라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세이브해 놓으려고 해요. 우리 학년애들은 거의 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죠.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제일 좋아요. 시간당 1200엔(약 1만2000원)까지 주는 데도 있어요. 일주일에 2번 나갈 작정인데 한달에 3만엔(약 30만원)은 벌 수 있어요. 동네 케이크집 스테이크집도 일하기 편해요.
-자리가 나야 그런 데서 일하지….(웃음) ‘티슈쿠바리’(전철역 앞에서 광고전단이 붙어 있는 휴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 한번 해 보세요. 허리가 휘어져요. 우체국에서 우편분류하는 데는 에어컨도 잘 안 나와요.
-뭐니뭐니해도 잡지모델이 제일 좋을 거예요. 제 친구는 사진 한 번 찍는 데 5000엔(약 5만원)씩 받기도 해요.
-휴대전화 비용이 거의 8000엔(약 8만원)쯤, 메일(문자메시지) 많이 보내는 달은 1만엔까지 나와요. 그래도 8월말쯤에 친구들하고 여행이라도 가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죠.
-여름방학에는 외국여행 가는 애들도 있는데, 수가 많지는 않아요. 캐나다나 호주 자매학교에 20명씩 교환유학으로 2∼3개월씩 다녀오는 애들이 제일 많아요.
도쿄〓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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