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맥주집에서 만드는 맥주…마이크로 브루어리 두 곳

  • 입력 2002년 8월 1일 16시 19분


마이크로브루어리인 서울 강남역 부근 옥토버훼스트
마이크로브루어리인 서울 강남역 부근 옥토버훼스트
덥다. 목을 축이고 싶다. 뭐니뭐니해도 목줄기를 서늘케 하는 시원한 맥주가 좋겠다. 사과향이 톡 쏘는 미국산 ‘미켈롭’? 아카시아향이 은은한 벨기에산 ‘호가덴’? 그러나 낯설어서 신선한 세계 각국의 맥주라도 ‘레디메이드’가 싫다면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 마이크로 브루어리에 가다

국내에 딱 두 곳 있다. 서울 강남역 부근의 ‘옥토버훼스트’(02-3481-8882)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오킴스 브로이하우스’(02-6002-7007). 정부가 올 초 주세법을 개정해 소규모 맥주제조를 허용한 이후 지난달 12일 동시에 오픈한 펍들이다. 소규모(연간 60∼300㎘ 생산)로 자체 제조설비를 갖추고 맥주를 직접 만들어 현장에서만 판매한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맥주가 병맥주 생맥주 등과 다른 점.

첫째, 맥주를 숙성한 뒤 저온에서 자연침전시켜 효모가 살아있다. 생맥주와 병맥주는 효모를 걸러낸다. 맥주 효모는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자 비타민 B와 미네랄이 풍부하다.

둘째, 서로 다른 원료 배합으로 맥주를 생산하기 때문에 같은 종류라도 업소마다 맥주 맛과 색이 다르다. 또 단 한잔이라도 처음에는 달다가 끝맛은 시큼해지는 맥주 맛의 변화를 음미할 수 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알코올 도수는 일반맥주(4도)보다 약간 높은 4.6도 수준.

셋째, 맛에 더해 ‘브라우 마이스터(Brau Meister:맥주 맛을 만들어내는 양조책임자)’가 커다란 맥주제조기계 뚜껑을 열어 펄펄 끓는 맥주의 당도를 측정하는 모습을 맥주를 마시며 감상할 수 있다.

● 옥토버훼스트

독일에서 매년 10월 열리는 맥주 축제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상호로 삼았다. 뾰족지붕과 하얀 벽면의 옥토버훼스트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쿠키로 만든 집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의외로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380평 254석 규모. 독일에서 유학한 백경학 사장(39)이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라디오 PD인 후배에게 특별주문한 2000여곡의 음악이 배경으로 은은히 깔린다. 이날은 재즈 기타리스트 펫 메스니가 보챈다. ‘아 유 고잉 위드 미∼(나와 함께 가시겠어요?)’

옥토버훼스트에서는 일반 병맥주는 판매하지 않는다.

밀을 주원료로 사용해 맛이 부드러운 독일 바이에른산 ‘바이스 비어’, 체코 필젠에서 유래했으며 발효를 오래해 당분이 적은 ‘필스너 비어’, 훈제 맥아를 사용해 고소한 흑맥주인 ‘둥클레스 비어’, 딱 세가지에만 승부를 걸었다. 500㏄ 한잔에 3900∼5600원.

정통 독일식 돼지 허벅지살 요리인 슈바이네 학센(2만6800원)을 비롯해 베이징식 영계요리(1만3500원), 스페인 볶음요리 파에아(1만5800원) 등 안주도 다국적이다. 런치 세트메뉴는 7700원.

인터넷 다음카페의 맥주동호회인 ‘맥주 만들기’ 김태욱 회장(38)의 품평. “옥토버훼스트의 필스너 비어는 톡 쏘면서도 스릴 있는 맛이 골프와 닮았어요.”

● 오킴스 브로이하우스

오킴스 브로이 하우스의 독일인 양조책임자인 도미니크 테퍼가 맥주 효모를 발효 탱크에 넣고 있다

오킴스 브로이하우스를 운영하는 조선호텔은 코엑스몰의 기존 푸드코트 절반은 그대로 둔 채 절반의 공간을 펍으로 개조했다. 500평 520석 규모의 푸드코트 식사손님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케팅 플랜이다. 푸드코트가 제공하는 멧돼지 양념 볶음덮밥(7000원), 태국식 해물철판볶음밥(6000원) 등 40여종의 식사는 맥주를 마시기 전 허기를 달래기에 적절하다.

오킴스 브로이 하우스에서는 독일인 브라우 마이스터 도미니크 테퍼(30)가 2종의 맥주를 만든다. 투명한 살색 맥주로 거품이 부드러운 독일 도르트문트 지방의 맥주 ‘헬레스’와 짙은 호박색으로 과일향을 내는 ‘헤페바이젠’. 특히 바이에른 특산인 헤페바이젠은 고소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것으로 평가된다. 2종 모두 400㏄ 한잔에 4800원. 오킴스 브로이하우스에서는 자가양조 맥주뿐만 아니라 국산·수입 병맥주도 함께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야드(yard)’라는 이름의 긴 글라스로 맥주를 나팔 불 듯 마시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다. 1m 높이의 야드는 1100㏄, 85㎝ 야드는 700㏄의 맥주를 담는다. 어른 팔길이는 족히 되는 1100㏄ 야드로 헤페바이젠을 마시던 캐나다인 브루스 필립스(30)는 “레몬처럼 시면서도 달콤하고 걸쭉한 맛”이라고 평했다. 매일 오후 7시 불가리아 출신 록밴드의 라이브 공연도 펼쳐진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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