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음식]일본의 3세대 회전초밥집 '우미노마치'

  • 입력 2002년 8월 1일 16시 20분


일본 3세대 회전초밥집 '우미노마치'. 초밥 회전벨트 옆에 테이블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도쿄=조인직기자

일본 3세대 회전초밥집 '우미노마치'. 초밥 회전벨트 옆에 테이블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도쿄=조인직기자

일본 도쿄에 ‘3세대 회전초밥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70년대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회전초밥집은 ‘초밥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생산자의 대량공급과 소비자들의 대량섭취를 통해 초밥을 대중화시켰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메뉴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도 높아졌지만, 초밥가격은 그대로인 데 반해 생선가격이나 물류비용은 올라 회전초밥집은 도심의 전철역 부근에서 주차시설이 넓은 교외나 생선을 직송운반할 수 있는 바닷가 근처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는 이자카야(선술집) 스타일과 일반적인 초밥집을 합쳐 놓은 듯한 이른바 ‘3세대 회전초밥집’이 인기를 얻고 있다.

도쿄 중심가인 이케부쿠로(池袋)역 근처에 있는 ‘우미노마치(海幸の街·81-3-5960-6271)’. 이 곳은 1명씩 일렬로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화가 불편했던 예전의 시스템을 개선했다. 컨베이어벨트 옆에 일렬로 앉는 대신 컨베이어벨트 옆에 테이블을 붙여 놓고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주방을 컨베이어벨트 가운데로 밀어넣고 높이를 낮게 해 사람들이 초밥 제작과정, 수족관, 튀김부스 등을 손쉽게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 초밥 만들기

된장국(미소시루)이나 수저, 물수건, 녹차 등 기본적인 물품은 종업원이 직접 서빙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지 먹고 싶은 초밥만 고르면 된다. 꼬치구이 가리비구이 어묵 등 선술집형 메뉴와 술은 별도로 서빙해 준다.

‘우미노마치’는 다른 회전초밥집과 달리 40, 50대 이상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이 업소의 다지리 부장은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들은 서빙이 충실한 패밀리레스토랑 형태를 원한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전철역 앞의 많은 회전초밥집이 패스트푸드점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100여종의 초밥이 있는 이 곳은 일반 회전초밥집보다는 조금 비싼데 접시당 360∼480엔(약 3600∼4800원)짜리가 가장 많다. 홋카이도와 규슈 근해에서 잡은 자연산 생선과 양식을 7 대 3정도 비율로 섞는다. 급속냉동, 해동기술이 좋아진 데다 태풍 등의 영향으로 생선조업이 가능하지 않은 날은 양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 평균매출은 4300만엔(약 4억3000만원) 정도이며 월 순이익은 800만엔(약 8000만원) 정도.

그런가 하면 도쿄 시부야나 신주쿠 등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요즘 ‘불황 마케팅’의 하나로 ‘100엔 회전초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접시당 무조건 100엔에 팔기 때문에 식사 때가 아닌 시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나 20대 초중반 회사원들이 주축. ‘최소 7접시는 먹어야 입장 가능’이라는 ‘거만한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사람들은 “맛있는 초밥을 7접시나 먹는데 700엔도 싸다”는 반응들. 일본의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회전초밥집들은 아예 싸든지, 아예 비싸고 품질이 좋든지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한국에도 ‘3세대 회전초밥집’의 벤치마킹스타일이 생겨났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생긴 스시히로바(02-515-5511). 초밥을 운반하는 2단 컨베이어벨트가 달려 있어 30, 40여종의 초밥을 한눈에 살펴보고 고를 수 있게 했고, 컨베이어벨트 옆에 테이블을 붙여 4, 5명이 마주앉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참치 연어 게살 전어 성게알 농어 문어 새우 장어 붕장어 보리새우 등을 얹은 초밥이 한 접시에 1300∼7000원. 한국에서는 드물게 80여종에 이르는 초밥을 제공하고 있는데, 오징어 전복 등의 해산물이나 꽃등심을 얹은 초밥은 별도 주문하면 올려준다. 사시미 어묵 등 술안주용 메뉴는 1만∼2만원. 예약은 받지 않고 즉석에서 온 손님들 순서대로 받는다.

도쿄〓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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