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철 씨는 천체사진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1000여장의 작품급 천체사진을 남긴 대표적인 아마추어 천문가다. 1991년에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를 창립하고, 이듬해에는 국내 첫 천문잡지인 ‘월간 하늘’을 창간했다. 그의 별사진은 외국 천체사진 일색인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뛰어났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석재 박사는 “박승철 씨는 한국에서 천체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회고했다.
1964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승철 씨는 어린 시절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며 ‘별사랑’에 빠졌다. 그가 창단한 서강대 천문동아리 일기장에는 10살 무렵 관측한 혜성을 언급하며 “초저녁 서쪽하늘에 걸린 거대한 혜성이 나의 삶을 결정지어 버렸다”라고 적혀 있다.
박승철 씨는 1993년 소백산 천문대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천문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일은 사진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일하면서 틈틈이 천체 사진을 찍다가 1996년 햐쿠타케 혜성, 1997년 헤일-밥 혜성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동료였던 아마추어 천문가 심재철 씨는 “별을 보려고 하룻밤 일정으로 겨울산을 올라갔다가 별이 뜨지 않아 7박8일 동안 산에서 추위를 버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추억을 밝혔다.
1998년 박승철 씨는 천문대를 그만뒀다. 고향인 창녕 화왕산에 자신의 천문대를 짓기 위해서였다. 이미 장소까지 봐두고 측량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박승철 씨는 2000년 12월 그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눈을 감았다. 김지현 현암별학교 교장은 “감기몸살로 몸이 좋지 않았으면서도 한 사설천문대의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다 사고를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천문학에서는 아마추어 과학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우주는 넓고 볼 것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1919년 이후 혜성의 20%, 신성의 25%, 소행성의 40% 이상을 아마추어가 발견했다. 천왕성과 명왕성 발견도 아마추어들의 작품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는 수만명의 아마추어 천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심재철 씨는 “박승철 씨의 별사랑이 후배들에게 전해져 한국에서도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