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1월 한 그룹의 청년 미술작가들이 서울에서 ‘비닐 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라는 행위미술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한국 퍼포먼스 30여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는 자리다. 이 행사는 ‘사진 영상전’(7∼31일, 마포구 창전동 쌈지스페이스) ‘극장공연’(17∼25일 마포구 서교동 씨어터제로) ‘클럽 공연’(17∼25일, 명월관 후퍼 흐지부지 등 홍익대 앞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9곳)으로 구성된다. 무세중 성능경 이건용 강만홍 등 1세대부터 김백기 한영애 등 젊은 행위예술가까지 70여명이 참여한다.
사진 영상전에선 이들 70여명의 퍼포먼스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물, 퍼포먼스 관련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1960년대말과 70년대의 1세대, 80년대의 2세대, 90년대의 3세대, 2000년대의 4세대로 나누어 한국 퍼포먼스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었다.
1∼3세대와 4세대를 비교하면서 ‘사진 영상전’을 감상하면 흥미롭다. 1세대의 퍼포먼스는 당시의 사회적 억압에 대한 일종의 예술적 저항이었다. 2세대 작가들(김석한 황민수 무나니 홍오봉 김용문 안치인 등)은 다양한 형식 실험을 시도했다. 그 전까지 미술의 일환이었던 퍼포먼스에 음악 무용 연극 마임 등을 끌어들였다. 이들의 퍼포먼스 역시 80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담았다.
3세대(박이창식 이혁발 신도원 이윰 정갑용 등)의 경우 포스트모더니즘의 분위기에 힘입어 개인적 내면 탐구, 산업화 시대와 인간 신체에 대한 탐구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 설치미술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불 역시 3세대 행위예술가 출신이다. 이 때까지도 퍼포먼스는 여전히 예술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예술로서 평가됐던 것. 설치미술 비디오아트 사진 등이 예술(미술)의 중심부로 진입해 당당히 인정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4세대(김백기 한영애 등)의 젊은 행위예술가들은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퍼포먼스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의 퍼포먼스가 다소 개인적이고 즉흥적이었다는 반성을 바탕으로 이들은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획의 전문성을 살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퍼포먼스를 추구한다.
극장과 클럽에서 진행되는 퍼포먼스에선무세중의‘춤은 있는가’, 성능경의 ‘예술연습 또는 의사예술’, 김영원의 ‘드로잉 선(禪)’, 이건용의 ‘끌어당기다/버티다’, 이윰의 ‘폐쇄창고이야기’ 김백기의 ‘달과 6펜스’ 등 참여 작가 70인의 작품이 한 편씩 공연된다. 02-322-2852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