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방송사 PD들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 지역의 한 고급 룸살롱. 업소 앞에는 연예인들이 즐겨타는 밴인 스타크래프트가 주차돼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검찰은 연예기획사들로부터 가수와 탤런트의 홍보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상당의 접대를 받은 MBC 예능국 PD 이모씨 등 3명의 PD를 구속하고 PD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일부 연예기획사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PD들이 돈을 받고 연예인들을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는 정도가 아니라 방송 홍보와 수익금 배분에까지 깊숙이 관여해 ‘동업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연예기획사 매니저들은 접대 또는 친분 형성의 명목으로 평소 PD들과 함께 종종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다. 이들은 어디에서 만나 어떻게 놀까.》
▼ “한번 키워 주시면…”질펀한 ‘룸’의 끈적한 거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 강남 일대에 밀집한 속칭 ‘10% 룸살롱’(탤런트급 외모의 여종업원들이 서빙하는 최상급 업소)이다. 룸살롱 사장이 연예계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경우도 있다. 술값은 국산 양주 임페리얼 12년산 기준 45만원, 여종업원 팁은 1인당 10만원 선으로 거의 대부분 마담을 통해 미리 예약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새로 오픈하거나 마담이 최근 옮긴 곳은 ‘물’(여종업원들의 인물)이 좋고 화끈하게 놀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업소의 ‘아가씨’들은 대부분 뻣뻣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룸살롱에서 제왕이 되고 싶어하는 일부 PD들은 이곳에 와서도 상대적으로 대하기 편한 파트너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 |
잠적한 G기획 대표 김모씨가 PD들을 자주 접대한 것으로 알려진 룸살롱은 서울 강남역 부근 M업소. 90년대 중반 오픈해 9개의 룸을 갖춘 이 업소는 내부 인테리어는 평범하나 ‘국내 최상급 인물의 아가씨들을 확보한 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취재기자가 찾아간 1일 이 업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주차 관리인은 “김 대표를 비롯해 유명 가수 매니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입했다”며 “유명 마담 출신인 여자 사장은 2개월 전 이 업소를 팔고 최근 다른 업소를 오픈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사거리 부근의 D업소는 연예 관계자들과 PD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의 15개 룸에서 50여명의 ‘쭉쭉빵빵’형 여종업원이 남자 손님들을 접대하는 것이 강점. 바로 길 건너편 M업소는 보다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인기가 있다.
밤문화 전문 웹진 ‘나가요 닷컴’의 목영두 대표이사(39)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깔끔한 정장 차림의 청순한 여대생 종업원이 인기였으나 요즘에는 등이 깊게 파이고 몸의 굴곡이 완전히 드러나는 얇은 소재의 홀복(룸살롱 안에서 입는 옷)을 입은 24∼26세의 잘 노는 ‘선수’(분위기를 잘 띄우는 여종업원)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연예 관계자들과 방송사 PD들로부터 부쩍 각광받고 있는 룸살롱은 서울 강남역 우성아파트 사거리 근처 P, 신사동 S, 논현동 S업소 등이다.
이들 업소는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경우 벌칙을 받는(주로 옷을 벗는) ‘진실 게임’, 박자를 맞추다가 틀리면 역시 벌칙을 받는 ‘쿵쿵따 게임’ 등을 비롯해 남자 손님과 여자 종업원이 즉석에서 속옷을 서로 바꾸어 입거나 여자의 가슴 굴곡 사이로 얼음을 왔다갔다해 녹이는 등 최상급 룸살롱에서는 보기 드문 화끈한 놀이 문화를 보여준다. 스테이지에서 남자 손님이 노래를 부를 때 여종업원들의 하반신 신체접촉 서비스도 꽤 과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방송사 PD, 매니저들과 어울려 이들 룸살롱을 종종 방문했다는 한 사업가는 “‘도시락을 싸 온’(‘신인 연예인들을 데리고 온’이란 뜻의 업계 속어) PD들은 동석한 신인이나 룸살롱 여종업원에게 ‘잘 보이면 확실히 키워줄게’라는 말을 술 마시면서 하거나 무리한 행동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술에 취한 모 PD가 신인 여성 연예인을 인격적으로 심하게 모욕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는 일부 업소의 경우 ‘2차’ 접대가 여전히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의 여파는 방송계와 연예업계뿐만 아니라 룸살롱 업계에도 불어 닥쳤다. S업소의 한 종업원은 “1주일에 2번 정도 4, 5명씩 팀을 이뤄 오더니 검찰 수사 이후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방송사 PD들은 여종업원들의 가무 솜씨와 더불어 밴드의 실력을 고급 룸살롱의 중요 기준으로 삼는다. 제일생명 사거리 부근의 H업소는 D업소와 함께 우수한 밴드를 갖춘 룸살롱으로 꼽힌다.
또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근처 H업소는 3층 건물 지상층을 단독으로 사용한다. 연예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의 박모, 이모씨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도 주요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H업소의 지하에는 또 다른 C룸살롱이 성업 중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한다. “일부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일부 PD들에게 워낙 화끈하게 접대하다 보니 중소 규모 기획사들까지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힘겹게 비싼 룸살롱에서 접대할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욕 먹으니까.”
▼관련기사▼ |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