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새 뮤지컬 준비하는 윤석화 “연극 자체가 인생”

  • 입력 2002년 8월 8일 18시 05분


《배우 윤석화(46)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곧 ‘정미소’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방앗간’이 아니다.

정성스럽고 아름답게 꾸민 무대라는 의미의 ‘정미소(精美所)’다.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객석’ 건물(서울 대학로)의 1,2층을 240여석의 소극장으로 만드는 것.

여기에 1970년대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영화‘토요일 밤의 열기’를 뮤지컬로 제작, 선보이기 위해 9월부터 연습에 들어간다.》

▼나에게 쓰는 편지▼

‘정미소’ 개관을 기념해 10월10∼11월22일 윤석화의 드라마 콘서트 ‘꽃밭에서’가 무대에 오른다. ‘꽃밭에서’는 윤석화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 노래를 아우른다. 공연에서 그는 자신의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조동진의 묵직한 저음으로 기억되는 ‘제비꽃’으로 오늘을 노래하고,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로 과거를 추억한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제베타 스틸의 ‘Calling You’로 사랑을 논하고, 정훈희의 ‘꽃밭에서’로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한다.

“나와 남편(김석기씨·홍콩에서 금융투자회사 ‘킴바코’ 운영 중), 여러 친구들 그리고 관객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거예요. 즐거웠거나 가슴 아팠던 추억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도 있고….”

▼마음의 상처, 그리고 화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그의 눈가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드라마 콘서트에서 1996년 자신이 황후역을 맡았던 뮤지컬 ‘명성황후’ 수록곡을 부른다는 얘기를 하는 대목에서였다.

“27년 배우 생활에 큰 상처였죠. ‘명성황후’의 미국 공연을 앞두고 내게 아무 연락도 없이 주연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됐거든요. 강원룡 목사께서 중재를 나섰지만 배신감을 참을 수 없었어요.”

윤석화는 1998년 ‘마스터 클래스’로 다시 일어섰다. 당시 예술의 전당에서 ‘명성황후’와 나란히 무대에 올려진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배우로서의 자존심도 회복했다. 그는 “얼마전 고 최현 선생의 빈소에서 ‘명성황후’의 연출자인 윤호진씨를 만나 화해했다”며 “오래 전의 가슴 아팠던 기억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에 주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지컬로 젊음을 말한다▼

소극장 개관준비와 아울러 그는 최근 영국 뮤지컬 제작사인 ‘RSO’와 판권 계약을 맺은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의 제작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비지스’의 주옥같은 디스코 넘버가 수록된 ‘토요일 밤…’은 1977년 존 트래볼타 주연의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고 1998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로 공연돼 성공을 거뒀다.

그는 내년 봄 공연되는 ‘토요일 밤…’에서 번역 연출 제작을 총괄한다.

24일까지 오디션 응모를 받아 9월 중순부터 연습에 들어갈 예정. 02-3673-2054,2162

“비교적 싼 가격인 8만불(약 9600만원)에 아시아 판권을 사들인 작품인데 설레임과 방황, 야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멋진 춤과 노래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40대 중반인 윤석화의 얼굴에도 잔주름이 눈에 띈다. 흘러간 젊음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팔순 노모를 바라보며 ‘늙음’에 대한 연극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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