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7대 불가사의 목록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해왔다. 인류 최대의 불가사의로 불리는 이집트의 쿠푸왕 대피라미드(기원전 26세기)가 빠진 경우도 있다.
우선, 하필이면 왜 ‘7대’인가. 과학자 이종호씨는 “7은 피타고라스가 가장 완벽하다고 말한 숫자다. 서양에서 7은 신성한 숫자였으며 우주를 상징했기 때문에 굳이 7개로 한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7대 불가사의 목록이 처음 나온 것은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언어학자이자 기계기술자였던 필론에 의해서. 기원전 330년경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이후, 그리스인 여행자들을 위해 신비로운 건축물과 조각물 7개를 선정한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7대 불가사의로 △피라미드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이집트·기원전 3세기) △바빌론의 공중 정원(이라크·기원전 9세기)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터키·기원전 6세기)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그리스·기원전 5세기)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왕 무덤(그리스·기원전 4세기) △로도스 항구의 청동 거상(그리스·기원전 3세기)이다. 이중 피라미드를 제외하곤 대개 중세 이전에 파괴되어 하나도 현존하지 않는다.
이 곳들은 모두 알렉산더 대왕과 관련이 있다. 이씨는 “이집트 피라미드와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곳이고, 나머지는 그가 태어난 그리스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뒷날 알렉산더의 정통성을 계승하려는 정치 세력에 의해 불가사의 목록이 작성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세에 이르면 새로운 목록이 나온다.
여기엔 △콜로세움(이탈리아·1세기) △스톤헨지(영국·기원전 19∼기원전 17세기) △피사 사탑(이탈리아·13세기) △하기아 소피아 성당(터키·6세기) △만리장성(중국·기원전 3세기)이 추가됐다. 이전 것 중에선 피라미드와 알렉산드리아 등대만 남았다. 고대 이후의 것이 많이 포함됐고 그리스 중심주의를 벗어났다.
1931년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되자 미국에선 이 빌딩과 프랑스의 에펠탑(1889)을 7대 불가사의 목록에 집어넣기도 했다. 모두들 자국 중심으로 선정한 것이다. 최근엔 중국에서 진시황릉(기원전 3세기)을 넣어 8대 불가사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